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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 애플 10억불 계약에 '발목' 잡히나 납품량 월 200만대, 예상치 1/4..5000억 투자비, 감가상각 부담

김장환 기자공개 2013-01-16 16:36:48

이 기사는 2013년 01월 16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플의 아이폰5, 아이패드(9.7인치) 등 신규제품 판매부진으로 부품 납품 업체들의 수급 전망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에서 현재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이노텍, 실리콘웍스 등이 거론된다.

이들 업체 중에서도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사태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출거래에서 25%, 영업이익 중 75% 이상이 애플 납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 큰 부담은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0억 달러의 선수금을 받아 애플과 장기 계약을 맺어놨다는 점이다. 애플을 위한 별도의 생산라인까지 수조 원을 들여 확보해놓은 탓에 부담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 10억달러 선수금 장기계약..애플 '주춤', LGD에 '독배'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월 애플과 5년간 패널을 납품하는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선수금 명목으로만 10억 달러를 받았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 영업손실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투자 자금 마련에 부담을 겪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계약이었다.

양사의 계약을 바라본 시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계약 직후 애플이 뉴아이패드(9.7인치)를 시장에 선보이고, 그해 9월 아이폰5를 출시하면서 패널 납품 장기 계약을 맺은 LG디스플레이의 수익 전망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후 삼성과 애플의 법정다툼으로 인한 '호재'까지 겹쳤다. 애플이 기존 삼성에 주던 LCD패널 물량을 LG디스플레이로 돌리면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애플에 공급하고 있는 일부 제품에서 캐파(Capacity) 임계점에 근접한 수준의 추가 납품을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에서도 LG디스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오르기 시작했다. 11월 들어 주가가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그룹내 최대 계열사인 LG전자의 시가총액을 앞질렀을 정도였다. 애플과 10억 달러짜리 장기 계약 요인이 각종 호재로 이어졌던 셈이다.

그로부터 10개월여가 지난 지금, LG디스플레이는 당시 계약으로 인해 '속병'만 앓고 있다. 애플로부터 받아왔던 물동량이 4분의1 수준까지 급감한데다 거액의 감가상각 부담만 떠안게 됐다.

일단 12월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5, 아이패드의 판매량은 시장의 기대치에 한참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아이폰5의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4000만 대. 올 1분기 예상치는 2500만~3000만 대로, 전 분기 대비 25~30%가량 판매고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로 향했던 아이폰5 패널(In-Cell 터치스크린) 주문 역시 확연하게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5 출시 당시 패널 납품·생산량을 월 800만 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정작 올 1월 말 기준 수주 물량은 불과 4분의1 수준인 200만 대 가량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애플 전용라인 설치를 위해 5000억 원대 설비 투자를 마무리 한 상태다. 파주, 구미, 중국 등지 공장에 애플 제품 전용 AP2 LTPS(Low-Temperature Poly-Silicon, 저온폴리실리콘) 생산라인을 만들면서다. 물동량이 대폭 줄면서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고정비는 계속해서 들어가는 상황인만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대체 품목을 해당 라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가 않다. 애플 제품들의 패널이 워낙 '유니크'한 모델들이기 때문에 별도의 대체 생산 제품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등 그나마 패널 성능이 비슷한 제품 생산을 해당 라인에서 대체 품목으로 몇몇 돌리고 있는 정도다.

◇ 애플, 종전의 '히트' 상품 기대..불발시 전략적 실패한 계약 될수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플과 과거 계약을 맺었던 시점과 현재 업계의 평가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우선 선수금으로 받았던 10억 달러 자체는 향후 물품으로 계상해줘야 하는 돈이다. 게다가 5000억 원대 설비 투자를 진행한 탓에 매 분기마다 감가상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금융권에 이자를 주고 빌려온 자금 보다도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계약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문제는 애플의 제품 판매율 저하가 계속되고 향후 핵심 원자재 가격마저 급속도로 올랐을 경우다. LG디스플레이는 10억 달러의 선수금을 받는 대가로 장기간 납품 단가 인하 조건의 계약을 맺은 상태다. 최대 고객인 애플을 상대로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례로 아이폰5 패널 가격이 계약시점에 80~90달러라고 하면, 향후 5년여간 판매 가격을 85달러 선에서 고정가격에 납품하는 조건이 걸려있다. LCD 패널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인 PTFE 필름, 액정 유리기판 등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면 이 같은 계약관계는 장기 수익성에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납품 단가에 원자재가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1조 원대 유상증자 루머가 나왔을 정도로 경영 사정이 급박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담을 알면서도 맺게 된 계약"이라며 "올해 상반기 출시 가능성이 있는 아이폰5S, 저가형 아이폰 등이 종전의 히트를 기록하지 않는 이상은 지속적인 수익성 압박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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