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2월 08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이 안성 라면 스프 생산 공장에 커피 제조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한다. 신수종 사업으로 커피를 선택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농심의 설비투자(CAPEX) 비용도 대폭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안성 소재 스프 생산 공장에 커피 제조 설비를 대폭 증설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기존 안성 공장 내부에 커피 제조 설비를 둘지, 새로운 부지에 공장을 짓게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커피를 신수종 제품군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키우기 위해 제조 설비 증설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우선 농심이 지난달 출시한 '강글리오 커피'도 현재 안성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커피믹스 제품 자체가 분말 제조 형식으로 라면스프의 제조 공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안성 공장의 설비를 증설해 생산을 시작했다. 다만 시장에 진입한지 불과 한 달여밖에 안된 탓에 아직까지 생산 설비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농심은 향후 5년 내에 커피믹스 시장에서 굴지의 사업자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착에만 성공하면 상당 규모의 수익사업으로 떠오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커피믹스 시장의 연간 총 매출 규모는 1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당장 올해 대규모 커피 제조 설비 증설을 결정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커피제조 공장을 별도로 증설할 경우 4000억 원대 설비투자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계적 설비 투자를 고려하더라도 올해 최소 1000억 원대 자금이 소요될 것이란 예상도 뒤따른다. 이 경우 농심의 CAPEX 비용도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농심이 지출한 CAPEX는 단 450억 원에 그친다. 라면 등 생산공장 설비의 단순 유지비용 정도로 지출된 자금 정도다.


농심의 현재 유동성 상황을 봤을 때는 당장 투자비의 자체 조달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3분기 말 농심의 현금성자산은 단 232억 원에 그친다. 하지만 곧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을 4100억 원 가량 보유하고 있어 자금력이 뛰어나다.

더불어 연간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도 풍부한 상황이다. 2011년 말 기준 농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07억 원, 전년에는 2238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8억 원에 그치지만 연말 누적 현금흐름은 작년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계적 투자를 고려하면 영업활동현금흐름 내에서 충분히 설비투자비 조달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농심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커피 생산량을 대폭 늘리더라도 커피믹스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가 어렵다는 지적은 있다. 농심이 커피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효자 제품이었던 '삼다수'를 잃었기 때문이다. 농심은 삼다수를 통해 지난해 매출 1888억 원, 영업이익 150억 원을 올렸다. 과연 커피가 이정도 수준의 이익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생수 '백산수'를 내놓았고 커피 '강글리오'를 출시했지만 '삼다수' 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아직까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당장 커피가 주력제품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생산 제조 공장의 급격한 확대가 손익 및 재무구조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보기는 아직까지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