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휘는' 현대重, 오일뱅크 압박할까 운전자금 압박 가중...연내 오일뱅크 IPO 가능성 높여
정준화 기자공개 2013-02-14 18:53:47
이 기사는 2013년 02월 14일 18: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적 부진과 빡빡한 자금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위기 탈출 방안으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상장(IPO)을 앞당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측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을 진행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모기업의 자금수요에 맞춰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IPO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적은 '나빠지고'...주머니 사정 '팍팍한데'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지난 해 4분기 영업이익은 543억 원으로 직전 분기에 비해 90.9% 줄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직전 분기에 비해 1조 원 이상 줄어 3481억 원을 순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어닝 쇼크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해 매출은 54조9737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932억 원, 1조384억원으로 전년대비 56%, 62% 급감했다. 해운업황 악화가 지속된데다 지난 해 4분기의 경우 대만선사 TMT 선박 재매각과 관련한 일회성 손실이 반영된 여파가 컸다. 일회성 요인과 충당금 적립 여파를 제외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은 2%대에 그쳐 부진을 면치 못했다.
|
계속되는 업황 악화와 실적 부진으로 인해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는 점점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호황기였던 2008년 현대중공업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조 원대였지만 2009년 순차입금은 1800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 해 말에는 4조8000억 원 수준으로 급격히 늘었다. 2010년 약 2조5000억 원의 자금을 들여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할 때 대규모 차입을 한 결과다.
4조8000억 원의 차입금 중 절반 가량(2조3500억 원)은 CP로 단기차입금에 대한 부담도 높다. 이에 반해 보유 현금은 약 8000억 원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은 CP 잔액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지난 해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추진했지만 이란산 원유 수송 문제와 업황 불황으로 계획을 접어야했다.
◇ 선박 건조 비용 '부담'...오일뱅크 IPO 카드 꺼낼까
실적 부진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드는 반면 기존에 수주한 드릴십을 건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부담이다. 선박 건조대금은 통상 인도시기에 지급되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초기 운전자금 부담이 크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연기되자 지난 해 7월 현대중공업이 보유 중이던 현대차 지분 7464억 원어치를 매각한 것도 이같은 운전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이후 지난 해 9월에도 미국 원유 시추 전문회사인 로완(Rowan)으로부터 6억2000만 달러 규모의 드릴십 1척을 수주했다. 이는 2010년 6월 로완이 첫 번째 드릴십 건조를 현대중공업에 맡긴 이후 네 번째 발주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4척의 드릴십을 한꺼번에 건조하려니 운전자본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빡빡한 자금 스케줄과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IPO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해 상장을 추진할 당시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는 구주 4350만 주를 매출하고 신주 2400만 주를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 측이 2만5000원을 공모가 마지노선으로 책정했던 점을 감안할 때 현대중공업은 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최소 1조1000억 원 가량의 자금 유입을 기대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일뱅크도 신주 발행을 통해 6000억 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된다.
|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이 좋아 차입을 추가로 늘리면 되겠지만 순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하반기 정유업계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하반기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의 상장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업황 악화로 인해 영업창출력이 약화되고 차입금이 늘어 상장을 통한 재무개선이 시급하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연초 자사 사보를 통해 "새해에는 시장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지난해 보류했던 기업공개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 해 상장 철회를 결정한 후 해산한 상장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은 재구성되지 않았고, 시장 상황만 모니터링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2분기 실적 악화 이후 회복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정제마진이 좋지는 않아 뚜렷하게 좋은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계속해 실적과 시장 상황 등을 체크하며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시점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