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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상장사, 실적 확인은 누가...상장하면 끝 거래소, 형식적 확인 불구 유명무실

장소희 기자공개 2013-02-20 15:24:52

이 기사는 2013년 02월 20일 15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성 평가 상장 특례업체들의 실적이 공모가 산정시 제시했던 추정치에 크게 미달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공모가를 산정한 주관사는 물론이고 상장 심사를 책임진 금융당국조차 이같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관련 기관인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시장의 가격결정 구조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뒷짐을 지고있다.

과대 평가된 미래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높은 공모가에 투자하고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고스란히 짊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거래소에 따르면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문한 기업들은 지난해 1월부터 반기마다 사업계획의 진척상황을 공시(마일스톤 공시제도)하도록 의무화 돼있다. 이 공시에는 사업계획에 따른 영업실적 예측이나 전망도 포함된다. 지금으로선 특례상장업체들이 상장 후 목표했던 추정이익을 달성하는지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부 재무요건 적용이 유예되거나 면제돼 실제로 관리종목이 된 경우는 제넥신 한 곳에 불과하다. 상장폐지까지 이어진 종목은 없다. 업계관계자도 이를 두고 "사후관리제도는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정이익 달성 여부에 대해 감독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니 특례상장을 시도하는 새로운 업체들도 공모가 산출 과정에서 제대로 된 추정이익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애초에 아주 낙관적인 추정이익치를 잡고 후에 거래소와 약간의 조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음달 5일 상장을 앞둔 10번째 특례상장업체 코렌텍도 심사청구과정에서 지나치게 높게 잡은 공모가 밴드를 한 차례 조정한 바 있다. 코렌텍은 앞서 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청구하면서 희망공모가밴드를 2만~2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잡은 2015년 추정 순이익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였다.

거래소는 코렌텍의 향후 실적 중 해외매출실적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취할 것을 제시했고 공모가밴드는 1만3000~1만6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가밴드 확정 이전에 회사에서 제출했던 2015년 추정 순이익은 거래소도 우려할 만한 높은 수준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방식이라면 발행사와 주관사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거래소와 조정 절차만 잘 거치면 문제없이 원하는 가격에 공모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증권사 관계자도 "일단 상장하고나면 그 이후 실적 공시는 다른 관할 문제로 넘어 가기 때문에 상장심사만 잘 통과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모가 조정 과정도 체계성 없이 의례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주관사와 발행사가 애초에 밸류에이션 기준실적을 부풀려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같은 상장 메커니즘 속에서 손해를 보는 쪽은 일반 투자자라는 지적이다. 고평가된 미래 추정 이익이 반영된 공모가에 투자했다가 상장 후에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 몫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상장한 의료용 재료 개발업체 나이벡은 주가가 공모가(1만원)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2006년에 상장한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최근 적자 폭이 커짐과 동시에 공모가(1만8000원)의 절반 이하에서 주가흐름을 거듭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관투자자들도 시장에 정보가 많이 없는 특례상장업체에 투자할 때는 발행사와 주관사, 거래소와 금감원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면서 "결국 문제 해결은 거래소와 금감원의 노력 여하에 달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거래소 측은 뒤늦게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추정 이익을 가지고 밸류에이션을 산출하는 특례상장기업의 경우 비교대상그룹 선정도 애매하고 매출전망이나 성장성을 판단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금감원 측은 밸류에이션과 공모가 산출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시장가격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측치만 공모가에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상황도 아닐뿐더러 현재 상황으로선 밸류에이션 산정에 감독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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