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4월 05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최대 화두는 창조경제다. 창조경제 개념은 이스라엘의 창업국가 모델이 벤치마킹 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의적인 벤처기업 위주의 선도형 경제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박 대통령은 최근 창조경제에 대해 혼란이 있자, "젊은이들이 도전하고, 실패해도 또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벤처와 창업이 활성화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뤄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직접 설명했다.
융합이나 테크노뱅킹(Techno Banking) 등은 사실 새롭지도 않고, 창조경제의 모델도 아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성실한 실패에 재도전 기회를 주는 벤처정신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돼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 위주로 자원이 분배되는 한, 벤처기업에게 돌아갈 몫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중요한 것이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기업이 계속 생겨나고 육성돼야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경제 모델이 가능하다. 생태계에서 하위 계층의 구성원들이 여러 개 모이면 보다 크고 통합된 성질을 갖는 상위계층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기업금융 생태계는 탐욕에 의한 실패까지 기회를 주느라 성실한 실패를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인수가 단적인 사례다. 산업은행은 2008년 M&A로 몸집을 불렸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떠안았다. 인수 금액만 3조 2000억 원이다. 인수 주체인 산은PE는 2년 연속 적자에 빠져있다.
역시 M&A로 덩치를 키워 재계순위 11위까지 오른 STX그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팬오션의 2대주주이다. 공개매각에 실패한 STX팬오션 인수도 검토 중이다. 이에 비해 국내 2대 벌크선 업체였던 대한해운은 일찌감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국내 양대 벌크선 업체를 놓고 한 곳은 기회를 박탈하고, 다른 한 곳에는 재도전 기회를 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업무보고에서 ‘창업-회수-재도전'의 선순환 금융환경을 조성하고 정책금융 지원체계를 ‘창조경제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기술평가 시스템 구축이나 지식재산권 펀드 도입 등도 환영할 만한 계획이다. 문제는 그럴 만한 모험자본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당장 수 조 원이 불성실한 실패를 지원하는데 쓰이고 있다. 건강한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려면, 이런 생태계 위해 종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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