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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대우證, 국내 첫 해외EB 무리했나 흥행부진에 '첫 해외EB 국내주관사' 타이틀 무색

정준화 기자공개 2013-05-09 08:30:12

이 기사는 2013년 05월 09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주관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해 '첫 해외 EB 주관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됐다. 올해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주관 실적이 없는 대우증권이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증권은 해운업황이 여전히 좋지는 못하지만 현대그룹의 디폴트 가능성이 낮다는 점, EB의 기초자산인 KB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시 이익이 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8일 IB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오는 9일 발행하는 1304억 원 규모의 해외 EB 대표 주관사인 대우증권은 지난 달 29일 부터 전일까지 7영업일 동안 해외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일부 미매각 물량이 발생했다.

발행사나 주관사 측 모두 결과에 대한 언급을 기피하고 있는 상태며, 관련업계에서는 미매각 물량 규모가 상당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그동안 외국계 IB의 전유물이었던 해외 EB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우증권이 주관해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게다가 해운업의 장기불황과 적자규모 확대로 현대상선 크레디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좋지 않은 가운데 대우증권이 잔액인수 계약을 맺고 진행한 딜이어서 결과가 주목됐다.

EB 발행주체의 신용도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기초자산이 KB금융지주인 점과 그동안 대우증권이 다수의 대형 블록딜 거래를 성사시킨 전례가 있어 흥행에 대한 기대도 상존했다. 수요예측 전 사전 태핑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 대우증권 측의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해외 법인망을 통해 투자자 모집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현대상선의 채권과 KB금융지주 주식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수요예측 기간 전후로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가능성과 관련해 연일 부정적인 언론보도가 쏟아지며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연초 4만 원 부근에서 움직이던 KB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3만 원 중반대까지 떨어진 상태며, 일부 증권사들은 대출성장 부진과 마진 하락 등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도 당기순이익(4115억 원)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최근 실적에 목마른 대우증권이 흥행성이 떨어지는 거래를 무리해서 주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주식자본시장(ECM)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대우증권이지만 올 들어서는 한 건의 주관 실적도 올리지 못한 상태다. 대형사가 뛰어들만한 빅딜이 실종된 여파가 컸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대형 블록딜을 종종 주관하며 글로벌 투자자 풀을 확대해 이번 거래에 자신을 가졌거나 최근 실적이 부족해 일부 물량을 떠안을 것을 감소하고 무리하게 이번 거래를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대상선이 만기(5년)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고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KB금융지주의 주식을 갖는 것과 같아 문제 없다"며 "KB금융의 주가가 5년내 전환가격을 한 번이라도 넘으면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외국계가 맡았다고 할지라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비록 전량 다 매각하지는 못했지만 국내 증권사가 해외 거래 주관에 나선 것 자체는 좋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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