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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에 갇힌 농식품모태펀드

이윤재 기자공개 2013-06-11 09:48:55

이 기사는 2013년 06월 10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식품모태펀드는 출범한지 2년이 넘도록 여전히 벤처캐피탈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몇몇 분야들은 지원사 모집에 난항을 겪어 출자 계획이 틀어지기도 했다. 운용사 선정을 맡은 농업정책자금관리단은 '묘수'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식품모태펀드가 인기 없는 이유는 왜일까. 농식품모태펀드에 지원하려 했던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수산업 분야에 도전하려 했지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상한 순간 돌아오는 건 한숨 뿐이었다고 한다. 수산업에 종사하는 경영체들의 기업화를 촉진하고 새로운 경영수익 모델을 창출한다는 설립취지와 현실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수산업 분야의 주된 투자처는 양식장으로부터 광어나 우럭 등 인기가 많은 어종들을 확보해 수산물 직판장에 공급하는 유통업체들이다. 투자대금은 사실상 어종을 매입하기 위한 자금에 불과했고, 유통과정 중 발생하는 마진을 벤처캐피탈과 투자처가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다.

더군다나 유통 중개업체는 상승잠재력(업사이드 포텐셜)이 없어 짭짤한 성과보수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10곳에 투자 후 1~2개에서 수익을 창출해 나머지 손실분을 상쇄하는 벤처캐피탈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 셈이다. 결국 펀드레이징은 급했지만 나중에 출자될 모태펀드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농식품모태펀드에 과도한 칸막이가 쳐있다는 점이다. 농자단은 농림수산식품 산업의 볼륨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식품과 농림축산업, 수산업 등 투자분야를 세분화시켰다. 투자처가 좁아지면서 의무 투자비율에 쫓기는 운용사들이 유통중개업체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농자단이 다른 출자기관들의 사례를 참고해 전환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정기 출자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기준수익률을 0%라는 파격을 선보였다. 덕분에 초기기업 투자에 관심 없던 대형 벤처캐피탈들도 운용사 선정 심사에 뛰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초기사업화 펀드'의 정부 출자비율을 78%로 대폭 높여 운용사 1곳 모집에 14개 지원사가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업계에서는 수산업 분야에 항만산업을 주목적 투자대상으로 포함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수산레저산업인 낚시터와 요트 등이 모두 항만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마침 해양수산부가 독립부처로 발족하면서 항만국을 하위 부서로 둔 만큼 실현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분야별 칸막이를 거둬내고 농림수산식품으로 통합 출자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운용사들을 사로잡기 위해서 어떤 방안을 택할지는 농자단에게 남겨진 몫이다. 농식품모태펀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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