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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는 '롯데제과'에서 시작됐다 일본자본으로 국내사업 확장..90년대 이후 롯데쇼핑에 위상 밀려

문병선 기자공개 2013-07-02 10:05:40

이 기사는 2013년 06월 28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기업 격이다. 1967년 설립됐다. 1년전인 1966년 설립된 롯데알미늄, 같은 해(1967년) 설립된 롯데칠성음료, 그리고 1958년 설립된 롯데삼강은 롯데제과와 함께 지금의 롯데그룹 출자구조의 시드머니가 됐다. 이후 세워진 롯데쇼핑 등 계열사에 이들 기업이 출자관계를 형성한 건 시대적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인지 롯데그룹 내에서 지분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다른 계열사와 순환출자 고리로 엮인 조합의 수가 많은 곳 중 한 곳은 롯데제과다. 바꾸어 말하면 롯데제과를 둘러싼 소유구조가 바뀐다면 이는 롯데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변화로 연결되고, 그 반대라면 롯데그룹은 지금의 지배구조를 상당기간 그대로 가져간다는 얘기다.

롯데제과를 중심에 놓고 본 순환출자 조합의 수는 단순 계산으로 줄잡아 80여개가 넘을 수 있다. 롯데제과에 출자한 법인 계열사 수가 5곳이고, 롯데제과가 출자한 법인 계열사 수는 17곳이다. 물론 이들 출자가 모두 순환출자는 아니어서 단순 계산으로 관계를 파악하긴 힘들다.

롯데제과 소유구조 현황

가장 대표적인 순환출자 고리는 '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으로 이어지는 출자다. 이는 회사 설립 순서다. 롯데알미늄은 1966년에, 롯데제과는 1967년에, 롯데쇼핑은 1970년에 설립됐다. 롯데쇼핑이 롯데알미늄에 출자한 시기는 2000년 11월이다. 롯데알미늄의 유상증자 때 실권주 1.82%를 인수한 게 시초였다. 2000년 당시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유통업체로 거듭나던 시기로 유동성이 풍부했고 재무구조도 빼어났다. 롯데쇼핑은 그 이후 롯데알미늄 출자를 12.05%까지 더 늘려 지금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이는 롯데그룹 자본의 원천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껌' 사업으로 큰 돈을 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일본 자본을 국내에 들여와 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호텔롯데 등을 설립했다. 초기 일본자본은 국내에서 확장을 해 가며 국내자본으로 탈바꿈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자본의 비중은 커져갔다.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쇼핑이다. 1990년대 들어 롯데쇼핑이 확장과 출자의 중심에 서면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롯데제과를 벗어나 롯데쇼핑 중심으로 재편돼 갔다.

이 결과 롯데제과의 위상은 롯데그룹 내에서 예전만 못하다.

예컨대 예전엔 롯데제과 출신 인사가 그룹 요직에 등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삼성그룹에서 '삼성 사관학교'로 불리던 제일모직 출신 인사들이 각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요직에 등용됐던 사례와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 통로는 롯데제과에서 롯데쇼핑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롯데제과에 대한 신격호 회장의 애정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두 아들과 계열사들에게 지분을 증여해 왔으나 롯데제과 지분만큼은 친인척 중 여전히 가장 많이 들고 있다. 3월말 기준 6.83%다.

롯데제과는 2011년부터 연달아 합병에 나섰다. 소규모 회사이긴 하지만 롯데제약을 2011년 10월 흡수합병했다. 올해 4월1일에는 기린식품을 흡수했다. 롯데제과는 아니지만 동종 업계인 롯데칠성음료는 2011년 롯데주류비지를 흡수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가 공동출자하고 있는 롯데푸드는 2011년말부터 파스퇴르유업·웰가·롯데후레쉬델리카·롯데햄 등을 연달아 흡수합병했다. 롯데리아는 좀 오래되긴 했지만 2009년부터 푸드스타·롯데케이케이디·롯데나뚜루 등을 흡수했다.

아울러 최근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약 6%를 더 취득했다. 롯데쇼핑으로부터 인수했다.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간 상호출자 해소가 거래의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제과의 식음료업종 지주회사 역할은 강화됐다.

유독 식음료 업종의 합병이 많았던 이유는 자산을 늘려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경영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국내 식음료 업계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돼 왔다. 한편으론 롯데제과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정비 효과도 냈다.

다만 롯데제과는 아직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롯데쇼핑과의 상호출자를 최근 해소했을 뿐이다. 그것도 롯데쇼핑이 보유지분(롯데제과) 해소에 나섰지 롯데제과는 나서지 않았다. 이는 국회에서 기존 순환출자 금지 등 강력한 입법이 없다면 상당기간 지금의 출자구조를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롯데 그룹 내에서는 검토만 할 뿐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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