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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A 수은 부실화, 누구 책임인가 김동수→김용환 행장 대출증가율 연 20%…"ECA의 금융자문 부적절"

김영수 기자공개 2013-07-31 09:21:22

이 기사는 2013년 07월 2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보증하는 ECA인 수출입은행이 현재의 부실 위기를 자초한 배경에는 직접대출이라는 여신확대 수단이 크게 작용했다. 김동수 전 행장에서 김용환 현 행장까지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용환 행장이 신설한 금융자문·주선은 ECA가 업무 영역을 벗어난 대표적인 폐해로 지적된다. 앵커 랜더(Anchor lender)의 대표격인 ECA가 직접 금융자문·주선에 나서면서 차주와 대주 간 이해상충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화 키운 무리한 대출 확대…신용경색시 차환리스크 상존

수은이 직접대출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리먼 사태가 터진 2008년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된 이후부터다. 당시 시장자금조달이 어려웠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자금공급이 원활한 수은에 손을 벌렸다.

정부로서도 대출과 보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수은의 ECA 기능을 활용해 대규모의 정책금융을 기업들에게 풀 수 있었던 이유로, 수은을 적극 독려했다. 대출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정부는 1998년 이후 4조 원에 머물던 수은의 법정자본금을 11년 만인 2009년 1월 8조 원으로 늘려줬다.

문제는 그간 단기 자금 지원에 머물렀던 수은에게 중장기·거액거래 자금이 일시에 몰리면서 리스크 관리에 누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9년 2월 취임한 김동수 전 행장은 리스크 관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속적인 대출 확대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08년 말 대출 대비 보증이 5조 원 정도가 많았지만, 2009년부터는 대출이 보증을 앞서게 됐다.

이후 2009년 말 총 여신에서 대출(32조 8439억 원)과 보증(22조 9604억 원)의 격차는 10조 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29조 원으로 벌어졌다. 대출증가율은 연평균 20%에 육박했지만, 보증은 2011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수은 여신 추이

수신 기능이 없는 수은이 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중 70~80%는 리볼빙(차환) 자산으로, 분기별로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짧은 시간에 단기자금대비 장기자금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해외자금조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수은으로선 리먼 사태와 같은 급격한 신용경색이 3~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차환발행이 불가능한 리스크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

업계 관계자는 "ECA는 중장기·거액거래 지원 등 대외거래 관련 위험부담(Risk-taking)을 떠안는 것이 주역할로서, 장기적으로는 부실화될 수밖에 없어 정부가 증자를 해줘야 하는 구조"라며 "하지만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직접대출 기능은 다른 정책금융기관으로 이관하거나, 다른 정책금융기관 또는 상업은행과 협력관계를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CA현황
현재 ECA를 운영하고 있는 OECD 회원국 31개국 중 절반 이상(55%)인 17개국이 직접대출 없이 수출보험 또는 보증만을 취급하고 있다.

아울러 수출보험기관과 직접대출기관을 병립운용 중인 7개국 중,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5개국은 직접대출기관의 대출시 수출보험기관의 보험을 필요 요건 또는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통상 60:40 비중으로 JBIC(일본 수출입은행)과 상업은행의 비율로 직접대출을 실시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 '금융자문' ECA중 유일…업무 영역확대 대표 폐해

'금융자문·주선업무'는 수은이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폐해라는 지적이다. 금융자문·주선은 현 김용환 행장이 취임(2011년 2월)한 후 신설한 업무로, 현재 금융자문실에서 관련 일을 맡고 있다.

전세계 ECA 중 금융자문·주선업무를 취급하는 곳은 수은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설립 초기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해외 PF사업에 대표 렌더로서 참여해 대주단의 일원이 되거나, 대주단의 위험부담을 떠안아 줘야 하지만, 직접 차주의 금융자문에 나설 경우 대주단 간 이해상충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직접대출을 제공하는 ECA는 조달금액의 과반 또는 상당부분을 대출하는 대출기관으로 전체 대주단을 주도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앵커 렌더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ECA는 전체 대주단의 의사를 대표하고 대출은행이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므로, 해당 PF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자문은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ECA는 전체 대주단의 의사를 대표하고 대출은행이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ECA가 직접 금융자문에 나서게 되면 금융자문기관(Financial Advisor)의 조언자로서의 입장과 대출은행으로서의 입장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FA업무는 금융자문수수료 수입을 목표로 한 순수 상업적 업무활동"이라며 "따라서 자국기업의 수출촉진과 고용확대를 주목적으로 설립된 공적기관인 ECA의 정책적 금융지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업무분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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