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안’ 해외채권, 일낼까 일날까 조단위 시장 급성장...고금리 매력 불구 리스크관리 소홀 지적
이승우 기자/ 송광섭 기자공개 2013-07-31 08: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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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11호): 1st half of 2013 Korea Capital Market LeagueTable Magazine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3년 07월 30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금리 탈출구로 여겨지는 해외채권 시장이 어느새 5조 원 규모가 됐다. 현재론 토빈세가 폐지된 브라질 국채에 사실상 ‘몰빵'하고 있지만,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의 출현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질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다.'저성장·저금리'를 우리보다 한참 일찍 겪었던 일본. 현재 펀드 순자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해외채권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등 하이일드 이머징 채권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우리도 일본을 쫓아가고 있다. 해외채권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며 저금리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매김을 한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가세는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채권 중 브라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최근 토빈세가 폐지되면서 매력도는 점증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 완화 종료 가능성과 브라질 경제 전반의 부실 가능성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위기이니 이제라도 손을 떼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익 창출의 최고 기회가 될까. 해외채권 투자가 대세로 굳어질지, 아니면 또 한번의 실패한 상품으로 전락할지 기로에 서 있다.
◇조 단위 시장 급성장, 브라질 편중 심화
6월 말 현재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6개 증권사의 해외채권 판매잔액은 5조 원 수준이다. 국가별로 브라질 국채가 대부분이다. 4조 9470억 원(6개 증권사 기준)으로 국내 판매 해외채권의 97%에 달한다. 일본은 95%를 차지한다. 증권사 대부분이 사실상 브라질 국채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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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멕시코 국채를 팔고 있는 삼성증권이 2조 3000억 원으로 독보적이다. 대부분 브라질 채권이다. 다음이 1조 4000억 원대를 판 미래에셋증권이고 동양증권 5800억 원, 신한금융투자 3900억 원 순이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과점적인 시장을 형성한 가운데 동양증권이 약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우증권이 국내 최초로 터키 국채를 선보이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켜보기만 하던 신한금융투자와 우리투자증권이 뒤늦게 가세했다. 판매 채널은 동부증권과 한화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 국채 판매 호조는 삼박자가 딱 들어맞은 결과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높은 수수료 이익, 고객 입장에서 고금리와 절세 효과, 그리고 거시 관점에서는 크게 하락한 브라질 헤알화 가치의 강세 반전 가능성이다. 증권사 PB와 고객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며 고액자산가의 대표 투자 상품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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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확대에 갈팡질팡.."신규 매수 기회" 분석도
문제는 타이밍이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터키와 멕시코 등 신흥국 채권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해당 통화 약세가 가장 큰 원인이다. 브라질 국채에 이어 야심작으로 내놓은 멕시코 국채는 페소화 약세로 삼성증권의 자존심을 구기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팔린 브라질 국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금리인상과 토빈세 폐지에도 불구하고 헤알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투자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고금리 쿠폰 수익에도 불구하고 환차손으로 이를 다 날릴 지경이다.
원/헤알 환율이 700원 대였던 2011년에 1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2년 사이 환율로만 2800만 원(28%) 손실을 보게 된다. 쿠폰수익률을 8%로 가정했을 때 3년 반 가량 쿠폰 이자를 적립해야 나오는 수익률이다. 이자 재투자를 가정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시가평가 -12%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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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헤알화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700원 근방의 원/헤알 환율은 최근 500원 선까지 접근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추가적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 이 선도 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고물가로 인한 정치·사회적 불안도 헤알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반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토빈세 폐지로 연기금 및 기관 투자자들의 브라질 국채 매수가 러시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토빈세 폐지로 스탠드차타드는 300억 달러, JP모간은 28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자금이 브라질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PB 업계는 지켜보다 매수 타이밍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김주일 삼성증권 SNI호텔신라 팀장은 "토빈세 없는 비과세 상품이 연 10% 가까운 수익을 준다면 이만한 상품이 없다"며 "헤알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매수 타이밍을 신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정환 동양증권 강북WPC 지점장은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했지만 새롭게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라며 "토빈세 폐지로 브라질 국채 매력은 더 상승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신중한 관점에서 1년 근방의 단기물로 대응하고 있다. 장기 투자에 따른 헤알화 혹은 브라질 디폴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리스크 관리 통한 판매 절실...증권신고서 면제 여부 관건
해외채권 시장의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가 있다. 채권 발행국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모니터링이다. 그동안 단순 중개에 머무르며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를 분석하는 증권사 리서치가 없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업계는 단순 중개만 해야 하는 규제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자가 국내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경우에만 매출행위를 할 수 있는데 현 규정상 자기 북(Book) 운용을 하지 못해 고객 리스크를 소홀히 할 개연성이 높다는 논리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자기 운용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채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 면제를 감독당국에 건의한 상태다. 감독당국은 이같은 문제를 인지, 일정 기준(잠정적 신용등급 투자등급) 이상의 국가에 대해서는 유가증권신고서 면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증권사 매출행위가 가능해질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자기 북(Book) 운용으로 더욱 깐깐해진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또 매번 해외 중개사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관건은 해외채권 시장에 대해 증권사와 감독당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이다. 이 정도면 적당한 시장이라고 보는지, 아니면 일본 와타나베 부인처럼 본격적인 해외채권 투자 시대를 예상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증권사 관계자는 "많은 증권사들이 해외채권을 상당히 많이 팔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가 이뤄졌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며 "한층 더 커지고 한 단계 더 성숙한 시장이 될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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