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8월 23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학력위주의 풍토는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열정과 노력, 의지만 있다면 청년창업이 성공할 듯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타트업 성장의 필수조건이 시기적절한 자금 공급인데, 여기에는 창업자의 학력이 주요 변수인 경우가 많다.얼마 전 벤처캐피탈 대표 K씨와의 식사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최근 사업성과 비즈니스모델이 뛰어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하는 스타트업이 있지만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유는 해당 창업자가 지방대 출신이라 스스로가 위축돼 있다는 것. 지난 1년여간 투자유치 활동을 펼치는 동안 사업 모델보다는 창업자 프로필에 집착하는 이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겪었다는 것이다.
K대표의 말을 대변하듯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을 살펴보면 창업자의 '스펙'들이 화려하다. 서울대나 연고대 등 국내 명문대를 넘어 미국 아이비리그까지도 즐비하다. 일부 벤처캐피탈은 이처럼 창업자의 학력 등 표면적인 스펙에만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업자의 높은 스펙은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사업이 신통치 않을 경우 투자자인 벤처캐피탈이 취할 수 있는 엑시트 수단은 전무에 가깝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상환받는 것 조차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이때 꺼낼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스펙이 좋은 창업자'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함께 시장에 내놓는 인수합병(M&A) 전략이다. 비록 '잭팟'은 아니지만 투자금의 회수는 가능하다.
벤처캐피탈은 말 그대로 고위험 고수익을 감내하는 투자자다. 더구나 스타트업 투자라면 리스크 헤지보다는 스타트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금을 공급하는 정부나 세금을 납부하는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역시 청년창업의 활성화다.
이제는 전설이 된 벤처 1세대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이 과연 스펙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을까. 오히려 그들의 성공은 스펙을 쫓지 않는 투자활동이 밑거름이었다. 한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는 "고객이 스타트업의 제품을 이용할 때는 제품 자체의 즐거움을 찾을 뿐,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력은 안중에도 없다"는 자신들의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창업자 스펙에만 집중하는 벤처캐피탈 업계가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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