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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대상 지분 60%로 줄어들 듯 오릭스, 인수후보들에 본입찰 가격 두개 제시 주문

이재영 기자공개 2013-09-02 11:33:33

이 기사는 2013년 08월 2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에너지 최대주주로서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선 일본계 사모투자회사 오릭스PE(이하 오릭스)가 매각 대상 지분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 거래 완료 후 남기게 될 오릭스 지분을 당초 계획보다 늘리겠다는 의미다.

29일 STX에너지 M&A 딜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릭스는 당초 우선 매각 대상 STX에너지 지분으로 71.35%를 제시했던 데서 우선 매각 대상 지분을 60%로 줄일 수 있다는 의사를 예비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이번 주 시작된 STX에너지 실사와 함께 각 인수후보들에게 전해진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실사 후 본입찰 시 △오릭스 보유지분 96.35% 전량에 대한 인수가격, △지분 60%에 대한 인수가격 등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도록 요청했다.

M&A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오릭스가 지분 전량을 처분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매각 절차에서 40%에 근접하는 대규모 지분을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후보들에게 알린 데는 나름의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칫 불거질지 모를 '먹튀' 여론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계 자본인 오릭스가 국가 기간산업인 에너지·발전 사업체의 대다수 지분을 전 대주주의 부실을 기회 삼아 비교적 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인데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큰 차익을 챙기고 매각하려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오릭스로서는 딜을 진행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매각 대상 지분을 줄이면 당장의 현금 회수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40%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지분을 당분간 보유함으로써 장기 투자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

우선 매각 대상 지분을 줄이는 게 최종적인 매각 차익 극대화 차원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체 보유지분을 한번에 팔거나 이번에 대다수 지분을 팔고 추후 소수 지분을 파는 것보다 일단 경영권 거래가 가능한 최소한의 지분만 파는 게 경제적으로 더 낫다고 오릭스가 판단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러한 판단의 직접 근거는 현재의 경쟁 구도다. 포스코에너지, GS에너지, LG상사, SK E&S, 삼탄 등 굴지의 재벌 기업들이 간만에 한 기업 경영권 인수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매각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그림이긴 하지만, 예상되는 전체 딜 규모가 워낙 크다는 점이 한계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경쟁 구도를 더 타이트하게 이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거래 대상 지분을 낮추는 것이 될 수 있다.

인수 대상 지분율이 낮아지는 문제는 있지만 경영권을 인수하는데 지장이 없고, 당장 투입해야 할 투자금 총액이 줄어들 게 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재무여력이 떨어지는 후보도 막판까지 경쟁의 끈을 놓지 않게 할 수 있다. 오릭스로서는 당장 회수할 현금은 줄어들겠지만, 주당 거래가격으로 따지면 더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GS에너지만 놓고봐도 그렇다. GS에너지는 STX에너지 외에도 웅진케미칼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만약 STX에너지 인수금액이 GS에너지의 재무능력을 벗어나면 웅진케미칼 인수에만 집중하고 STX에너지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

오릭스가 STX에너지 지분이 장기 보유할 가치가 충분한 자산이라 판단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밸류에이션에 있어 불확실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자원개발 사업 부문의 부실을 적절히 턴어라운드한다면, 건설 중인 북평화력발전의 상업 생산 개시 및 집단에너지 사업 등 향후 성장성과 사업성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STX에너지의 미래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말 STX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오릭스가 급하게 투자금회수(엑시트)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국 오릭스는 현 보유지분 중 특별결의가 가능한 지분(66.66%) 이하로 매각해 STX에너지에 대한 기득권을 충분히 쥐고 가면서 향후 더 높은 가격으로 잔여지분 매각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오릭스의 전략이 모두 전략적 투자자(SI)들로 채워진 숏리스트 업체들에게는 가격적 측면 이외의 불편한 상황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영권을 인수한 최종 인수자 입장에서는 주요 주주로서 STX에너지 경영에 일정부분 관여할 오릭스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M&A업계 관계자는 "FI로서 이익 창출과 기저발전 사업자인 STX에너지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오릭스의 고민은 지속될 것"이라며 "숏리스트 업체들이 이번 주 부터 시작된 실사를 통해 STX에너지의 실질 가치를 확인하고 얼마의 금액을 제시하느냐가 매각 대상 지분을 최종 결정하는 키(Key)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숏리스트에 선정된 포스코에너지, GS에너지, LG상사, SK E&S, 삼탄은 이번 주 부터 STX에너지에 대한 정밀 실사를 시작했다. 약 3주간의 실사 후 본입찰은 다음달 25일께로 계획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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