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의 한섬 인수 그후] ③'한지붕 두가족' 통합 어디까지 왔나상반된 성격의 만남 '삐걱'..책임자급 주요 인력 이탈
신수아 기자공개 2013-10-17 10:01:55
이 기사는 2013년 10월 14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홈쇼핑 인수 직후 한섬의 주가는 상한가 가까이 치솟으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39250원을 꼭짓점으로 어느새 곤두박질 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종가 278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기대감은 컸지만 인수 후 오히려 꺾여 버린 실적이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요원한 시너지는 두말 할 나위도 없다. 한섬 주요 브랜드의 현대백화점 입점 수도 인수 전과 다르지 않을 뿐더러, 인수 과정에서 놓쳐버린 수입브랜드 '셀린느'와 '지방시'를 넘어설 대안 브랜드도 찾지 못했다. 이를 두고 표면적 주인인 현대백화점 그룹(이하 '현대백화점')과 그룹에 편입된 정재봉의 한섬이 아직 서로 겉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을 꾸린 현대백화점과 한섬은 애초부터 기업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보수적 기조의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채널'에 집약된 유통 노하우를 가진 업체다. 반면 한섬은 제조에 기반을 둔 패션 업체다. 즉 유통과 패션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두 업체가 PMI(인수후 통합과정)에 실패한다면 역(逆)시너지만 남게 된다. 패션 기업은 거대한 유통기업에 눌려 자신만의 색깔을 잃고 유통 기업은 활용도 떨어지는 제조 기반을 짐으로 떠안을 수 있다는 의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경우 지금까지 유통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제조업체를 인수해 운영하며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며 "패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섬이 가진 패션업의 노하우도 현대백화점이 원하는 것 보다는 기대이하였다"며 "(한섬의)상대적으로 덜 체계적인 시스템도 난관이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현대백화점이 갖고 있는 유통의 장점은 한섬의 니즈와 맞물리지 않는 면이 많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채널 이외의 여타의 유통 채널 기반이 약하다. 공격적인 출점 지양해 온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3위 자리(14개)를 겨우 지켜왔을 뿐이다. 그마저도 공격적인 확장을 앞세운 이랜드 NC백화점(9개)의 추격을 받고 있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중인 지방 백화점(경북 지역 5개+舊송원백화점)을 포함한다면 점포수로는 사실상 업계 4위다. 최근에서야 아울렛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개점한 점포가 없다. 그렇다 보니 백화점을 통한 양사의 시너지는 기대 이하였다. 올해 들어 한섬의 수입 브랜드 일부 매장을 백화점 내 노출도가 가장 높은 위치로 이동시키고, 편집숍을 일부 백화점에 입점시킨 게 전부다. 또한 현대백화점 유통채널의 양대축으로 꼽히는 홈쇼핑 채널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다 보니 고급 브랜드 라인을 꾸려 온 한섬과는 어긋난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섬의 포트폴리오는 백화점 채널에 맞춘 브랜드가 대다수"라며 "애초 인수 당시 정재봉 부회장이 홈쇼핑을 통해 제품이 풀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한섬 제품이 저가의 채널이 유통된 사례가 있어 전통적인 고객 층의 반발을 샀던 일도 있었다"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섬 브랜드의 팬들의 이탈이 잦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과 한섬의 경우는 지향점이 온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섣부른 통합 작업이 짐짓 한섬의 전통 브랜드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섬 매각 당시 정재봉 부회장과 부인이자 디자이너인 문미숙 이사의 부재 시 한섬이 브랜드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었다. 타임·마인 브랜드가 20년 이상 백화점 내 매출 상위권을 유지했던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현대백화점 그룹은 인수 초기 이사회 구성에만 참여하고 정 부회장을 포함한 기존 인력들은 유지시켜 변화를 최소화 시켰다.
그러나 지난 12월부터 한섬의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12월~1월 경에 책임자 급의 주요 인물들이 한섬을 떠났다"며 "기존에 내수 브랜드에 강점이 있던 한섬이 점차 현대백화점의 니즈에 따라 궤도를 본격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3월 22일 당시 대표이사 자리에 있었던 정재봉 한섬 창업주는 부회장 자리로 물러났다. 이후 현대백화점의 요직을 거친 김형종 부사장이 한섬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한섬과의 통합과정에서 또 다른 과제가 남아 있다. 합병으로 따라 온 정재봉 부회장의 개인 회사를 분리시키는 일이다. 한섬피앤디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골프장 사업은 정 부회장의 아들을 정형진씨의 사업체에 가깝다. 그룹의 계열사로 들어와있지만 그룹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정 부회장의 사업체는 순차적으로 분리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한섬피앤디의 지분은 현재 한섬이 66.2%를 보유하고 있다. 정재봉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그룹과 특수관계인이 해소된다고 해도 여전히 그룹의 계열사로 남게 된다. 이는 향후 계열 분리나 지분 매각, 혹은 법인 청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 할 수 있으나 문제는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이를 어느 측이 부담할지도 문제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이 같은 불편한 동거는 그룹에게 더 부담스럽다"며 "정 부회장의 사업은 그룹의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그룹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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