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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꼬이는 자금조달 계획 영구채 지연에 브릿지론 불확실…산업銀 고강도 자구계획 요구

안경주 기자공개 2013-11-25 07:23:00

이 기사는 2013년 11월 22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이 자금마련 계획마저 꼬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으로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브릿지론(Bridge Loan) 지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등 당초 계획한 자금조달 방안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고강도 자구계획안 재수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진해운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다음 달 초 3000억 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제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내부 검토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브릿지론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내부적으로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자금 지원을 위한 재무실사 자료 등 기초 자료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은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주재로 부행장급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에 긴급자금을 대출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의견을 모은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실무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뚜렷한 결의 시점이 정해지지 않아 브릿지론 성사 여부를 현 시점에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

무엇보다 브릿지론 제공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한진해운이 추진하고 있는 영구채 발행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임시방편 자금 대출 성격인 브릿지론 제공은 영구채 발행을 전체로 검토된 것"이라며 "영구채 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브릿지론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일단 채권단에서 3000억 원 가량의 브릿지론을 받은 후 4억 달러 영구채 발행을 통해 브릿지론을 갚는 계획을 세웠다. 영구채 발행이 안되면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빌려준 브릿지론을 상환받을 방법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사실상 영구채 지급보증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 자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영구채 지급보증 역시 해운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는 상태에서 (지급보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실무 검토에 들어갔으나 여신위원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일부 은행에선 매년 도래하는 장기용선계약 용선료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영구채 지급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내년에만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장기용선계약에 따른 용선료를 상환해야 한다"며 "이후에도 매년 1조 원 안팎의 용선료를 상환해야 하는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영구채를 발행해도 재무구조가 개선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자금마련 계획이 꼬이면서 재무구조도 점차 악화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으로부터 10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받더라도 다음달까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900억 원을 상환할 수 있을 뿐 향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등을 갚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자구 계획안
은행권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1080%로 지난해 말(754%)보다 326%포인트 증가했다"며 "은행으로부터 브릿지론과 영구채 지급보증을 받지 못하면 재무구조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다시 세울 것을 한진해운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 한진해운이 내놓은 자구계획안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새롭게 짤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진일보한 자구계획안이 나오지 않으면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 낼 만한 명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자금지원도 사실상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진해운은 산업은행에 부산신항만 및 미국·스페인 등의 터미널 지분 매각, 장기용선계약담보대출, 자산 매각 및 유가증권 처분, 서울 여의도 사옥 매각, 유상 증자 등을 통해 최대 1조 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자구계획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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