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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방송계의 유재석'..PB가 된 사연 [PB인사이드]①곽상준 신한PWM 압구정센터 PB팀장

송종호 기자공개 2013-12-23 11:15:22

이 기사는 2013년 12월 19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SBSCNBC, 서울경제TV, 이데일리TV, M-머니. 지금도 TV를 켜면 다양한 경제방송이 시시각각 국내외경제와 주식상황 등을 분석해 준다. 실력이 출중해도 한 방송사에 얼굴을 내밀기 힘들텐데, 이처럼 많은 경제방송 채널에 늘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경제방송의 유재석이라고 호칭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주인공은 곽상준 신한금융투자PWM 압구정센터 PB팀장(사진·40)이다.

"와우TV와 토마토TV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경제방송은 다 나가봤다"는 곽 팀장은 그만큼 달변이었다. 방송을 잘하는 것과 PB로서의 실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하지만 방송만 잘하는 PB라는 의심은 2010년 신한금투 자산관리영업리더상, PB들의 경연대회라고 볼 수 있는 이그나이트 발표회 1위 등 곽 팀장의 수상경력으로 해소된다.

지난 2000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한 그는 일반 지점에서 잔뼈가 굵은 브로커였다. 그가 2년 전 PWM을 선택해 PB로 전향한 것은 증권업 자체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곽 팀장은 "증권업계가 브로커리지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개인적으로 다양하게 자산을 다루고 싶었다"며 "금융상품을 가지고 총액자산관리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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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WM, 신뢰구축이 우선이다"

'진짜' 자산관리를 시작한 그에게 닥친 가장 큰 어려움은 증권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크다는 점이었다. 은행과 증권의 협업(co-work)체계인 PWM에서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은행에 자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PWM에서 증권WM에 맡기는 자산이 1000만 원 단위라면 은행WM에는 억 단위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증권업이 신뢰를 먼저 회복하기 위해 고객의 수익을 꾸준히 올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압구정이라는 지역적 특징도 고객들의 투자성향이 안정자산에 쏠림현상을 만든다고 분석했다. "10억 원을 맡기려고 찾아온 투자자는 자산을 지켜려는 투자성향이 강하다"며 "이런 투자자는 10억 원을 맡겨 월 200만 원 정도의 고정수익을 기대하는 형편이기 때문에 고스란히 은행 예금에 넣어 두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은퇴한 초고액자산가들에게 PWM의 증권쪽 상품은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그가 찾은 타깃은 강북에 거주하면서 자산 형성욕구가 강한 40~50대의 중장년층이다. "5억 원을 투자하면 1억 원 정도는 주식에 2억 원은 중위험·중수익의 ELS, DLS, ETF랩을 편입시키고, 나머지를 채권과 펀드에 담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곽 팀장의 자산배분 비중은 주식이 20%, 금융상품과 채권, 펀드가 80%에 이른다. "2년 동안 금융자산에 대한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상품 수익이 전체 수익 비중에서 70%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증권업의 신뢰를 강조했다. "조금씩 은행WM에서 증권WM으로 넘어오는 고객에게 꾸준하게 수익을 올려줘야 한다"며 "다시 실망을 줄 경우 이제 막 시작한 증권WM은 설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포트폴리오도 유행을 따라가지 않았다. '신한 프로 상장지수펀드(ETF) 랩'을 1년 반 동안 직접 투자해 연 수익률 9~15%를 만들고서야 고객 포트폴리오로 제안했다. 직접 투자해 트랙레코드를 만들지 않고선 신뢰가 안 간다는 이유에서다.

◇ 자전거 타는 PB, "80세에 100세 고객을 관리하고 싶다"

지난 주말 그는 강릉에 다녀왔다. 이동수단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 지난 여름엔 부산도 다녀왔다. 도로를 따라 쉽게 갈 수 있는 코스 대신 산길로 갔다. 그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수반된다"며 "자전거를 타면서 힘에 지치게 되면 내가 왜 이 짓을 하나,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 등의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여든 살이 됐을 때 100세 고객을 관리하는 PB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는 "80세 PB시대가 올 것"이라며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과는 평생 고객, 평생PB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신한금투에 입사한 이후 주임시절 고객이 PWM에 와서도 고객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80세 PB를 꿈꾸는 것 만큼 자전거를 타면서 신체적인 건강을 지키는 것과 함께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PB의 고통과 보람을 압축적으로 경험한다고 부연했다.

"평생 고객이라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3~4년"이라며 "이 기간 동안 때로는 내리막 길도 있고, 오르막 길도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통한 압축적인 경험이 인내할 수 있는 근성을 길러낸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에선 다소 이질적인 철학과 출신인 곽 팀장은 매년 100여 권의 책을 읽는다. 책을 둘 곳이 없어 경기도 양평에 넓은 평수의 집을 마련했다.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시간이 PB로서 전문성을 기르는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양평과 압구정을 오가며 2시간 여 동안 지하철에서 읽는 독서량이 실력이 된다"며 "투자여건과 거시경제를 표면적인 경제학적 지식으로만 설명해서는 투자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최근에 이덕일의 '조선 왕을 말하다'를 읽었다. 조선 최고의 왕과 최악의 왕이 누구며, 그들마다 승패가 갈렸던 배경에서 투자혜안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인문서를 읽는 이유는 하나였다. "PB는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며 "경제상황을 역사적, 철학적 주관을 잡지 못하고 표면적으로 해석해선 투자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경영에 국한되지 않고 다종다양한 독서를 통해 얻는 '창의력'이 PB의 숨은 힘이 될 수 있다고 곽 팀장은 굳게 믿고 있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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