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강, 순익 반토막…시황악화 직격탄 철근 단가 급락 여파… 사업 다각화 쉽지 않을 듯
강철 기자공개 2014-02-24 08:51: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20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범 동국제강 계열인 한국철강그룹(KISCO)의 주요 계열사들이 시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수요 저하의 여파로 철근, 탄소강, 합금강 등 주력 제품의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장세홍 사장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철강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철강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 8211억 원, 영업이익 13억 원, 당기순이익 94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1조 원을 넘었던 매출액은 8000억 원대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12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0.2%로 떨어졌고,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또 다른 계열사인 환영철강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818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 당기순이익 146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2012년의 절반 수준이다. 3~4%를 오가던 영업이익률도 2% 초반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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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동국제강에서 분리된 한국철강그룹은 지주회사인 KISCO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한국철강, 환영철강공업, 대흥산업 등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다. 철근 전문 그룹을 표방하며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기술력과 판매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조선, 건설 등 전방산업의 침체가 본격화된 2000년대 후반부터 성장 추세가 둔화됐고, 수익성은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까지 악화됐다.
수익성 저하의 가장 큰 요인은 철근, 단조제품 등 주요 제품의 단가 하락에 따른 마진의 감소다. 한국철강과 환영철강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철근의 평균 단가는 2011년 톤당 80만 원 수준에서 지난해 7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탄소강, 합금강 등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인 단조제품의 단가도 톤당 170만 원 밑으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한국철강 단조사업부는 지난해 50억~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철강의 경우 지난해 1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160억 원 가량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이 추가적인 손실로 이어졌다.
실적 부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철근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지난해 11월 한국전력이 전기 요금을 인상하면서 전기로 가동 과정에서의 원가 증가분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철근 시장의 판매량과 단가 추이만 놓고 볼 때 업체들이 지난해 수준의 수익성만 유지해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철근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등 해외산 물량의 유입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공급과잉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경영에 나선 장세홍 사장의 실적 개선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상돈 한국철강그룹 회장의 차남인 장 사장은 전무 시절이던 2007년 한국철강 대표에 오른 후 2009년 KISCO홀딩스 최대주주에 등극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를 마쳤고, 장상돈 회장과 김만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난해 말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세홍 사장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철근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장 사장은 기존 제품의 고급화, 태양광 사업 추진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전략 수립을 주로 담당해왔다.
그러나 기존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신규 사업 추진이 녹록치 않을 거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STX, 웅진 등 사업 다각화를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기업들이 무너지며 제조업 전반에 투자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 데 따른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는 점도 문제다. 한국철강그룹은 2008년 태양광 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박막태양모듈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섰으나 수익성 악화로 2012년 철수를 결정했다. 현재까지 관련 자산 처분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너무나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철근에만 역량을 집중한 것이 꾸준한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리스크도 키웠다고 볼 수 있다"며 "지난해 기존 경영진을 물갈이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는 볼 수 있으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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