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2월 24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적 발표의 시즌이 한창이던 2월 초, 의외의 성적표 한장이 날아들었다. 지난해 소비경기 침체와 바이오 사업의 성과에 울상지었던 CJ제일제당의 각 사업 부문별 실적이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낸 것. 라이신 판가 급락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된 생명공학 부문을 제외하고 매출이 전년대비 3% 감소한 식품 부문의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고, 생물자원 부문 역시 매출 증가 대비 수익성이 더 큰 폭으로 성장했다.가만히 들여다보니 의외의 '항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반적으로 사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기준인 '영업이익' 대신 CJ제일제당의 경우 '매출이익'으로 각 사업 부문의 실적을 표기한 것이다. 매출이익이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제외한 항목으로 일반관리비와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과 제품에만 직접 관련된 수익 및 비용을 고려하여 산출한 이익을 일컫는다.
실제 CJ제일제당의 연간 매출은 전년대비 1.4% 증가한 7조 2100억 원을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은 5.3%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30.8%나 줄어들었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반영된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크게 훼손된 모양새다. 즉 앞선 수익성 개선 효과는 각 사업 부문별 실적을 매출과 매출이익으로만 표기하며 빚어진 일종의 '착시효과' 였던 셈이다.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은 사업의 영속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해당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를 판단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항목 중 하나기도 하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식품 업체들은 사업 부문별 영업이익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분위기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내부 방침' 혹은 '오랜 관행'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여타의 기업들이 매 분기 IR자료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실적의 면면을 공개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는 식품 업계의 제품 가격 이슈와 맞닿아있다. 부문별 영업이익률 공개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소비자와 제일선에서 마주하는 식품 기업의 경우 제품의 가격 인상이 매우 조심스럽다. 의식주와 직결된 만큼 소비자가 제품 가격에 예민할 뿐 아니라 정부 역시 식품 가격을 일정 부분 규제하고 있다. 이익률 공개로 가격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다수의 상장 식품 기업의 경우 주식 가치가 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로 외부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굳이 IR을 통해 투자자들을 만나고 기업의 노하우와 직결 되는 이익 세부 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한 몫 한다.
그러나 상장사라면 응당 투자자들의 정확한 투자 판단을 위해 최대한 투명하게 기업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실적은 그 기업의 사업 성과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 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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