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 유상증자로 위기 극복할까 [발행사분석]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방안 이행 여부가 관건
서세미 기자공개 2014-03-04 11:44:11
이 기사는 2014년 03월 03일 11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1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단기적인 파생상품 관련 계약과 회사채 등 상환부담에 대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현대상선의 대주주로 있는 이상 현대그룹의 재무 부담으로 인한 위험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현대그룹이 제안한 재무구조 개선방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가 향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부담에 최대 변수다.
◇ 2011년 이후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로 재무부담 대폭 확대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몇 년간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자본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일부로 현대상선의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상선 지분 24.1%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지분율만으로는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범현대 친족계열사의 지분율에 미치지 못해 재무적투자자(FI)와의 파생계약을 통해 우호주주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해운업황 침체로 현대상선의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지분법손실과 파생계약 관련 손실이 동시에 계상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엘리베이터(당시 종가 1만 7700원)의 파생상품 부채규모는 281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파생상품관련손실과 지분법손실은 각각 1507억 원, 902억 원이다.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난해 3분기 동안 24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계속되는 비영업손실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3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과 2013년 3분기 누적 기준 각각 2710억 원, 1684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 부채비율 역시 2010년 말 136%에서 2013년 9월 말 287%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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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환 부담 커…유상증자로 단기적인 위험은 제한적
지난해까지는 현실화된 지분법이익과 파생상품관련손익이 제한적이라 유동성 위험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맺은 파생상품계약이 대부분 만기도래한다.
FI가 파생상품계약 만기를 연장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미 2013년에는 대신증권이, 지난 1월에는 교보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파생상품 계약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쉰들러와의 소송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현대그룹 재무부담이 늘어나면서 투자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파생상품계약에는 만기일에 계약시점보다 주가가 하락하면 차액을 현금으로 전액 보상해주는 조건이 걸려있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월 7일 교보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에게 174억 원에 달하는 주가변동손익을 지급했다.
거기다가 두 증권사를 대신할 새로운 FI를 찾지 못하면서 현대상선에 대한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255억 원에 해당하는 지분을 직접 매입했다.
교보증권과 메리츠증권 외에도 올해 만기도래하는 파생상품계약은 8건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나타시스은행의 100% 손자회사인 넥스젠캐피탈과 맺고 있는 일부 계약(304만 4058주)과 NH농협증권과 연계된 일부 계약(214만 3000주)이 만기도래한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상선 주식이 주당 1만~1만1000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올해 만기도래 예정인 파생상품의 추정 정산액은 3300억 ~350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3월 21일과 5월 27일에 각각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BBB급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환 부담이 높다.
최악의 경우 올해 4500억 원 규모의 상환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제반 자금소요 발생에 대한 대응력은 일정 수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24억 원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가운데 일부 재무적 투자자에게 2056억 원의 현금담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1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고려하면 총 4800억 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연간 500억~600억 원 상당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유동성 부담을 일정 수준 완화시키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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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방안 이행 여부가 최대 변수
유상증자를 통해 단기 유동성 위험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재무위험은 크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상선 발 유동성 위험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면서 계열사간의 재무 위험 연계가 심화되고 있다"며 "현대상선은 물론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 부담도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이뤄지면서 유동성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선 현대그룹 재무구조 계획이 원활히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정상화 작업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현대그룹이 지난해 12월 22일 3조 3000억 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계획 방안을 발표한 이후 빠른 속도로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2일 현대상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을 1조 1000억 원에 IMM 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IMM인베스트먼트는 실사를 거쳐 상반기 중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현대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140억 원을 처분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안으로 각종 투자주식과 부지 등을 매각해 1000억~2000억 원 규모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로지스틱스 IPO 역시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LNG운송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라면서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 매각 성공이 나머지 자구계획 추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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