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3월 1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아쉽게 은퇴를 선언한 MC옆길로새. MC옆길로새는 현대카드가 지난해 12월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만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앵무새다. MC옆길로새는 MAKE BREAK MAKE라는 현대카드의 광고 슬로건을 토대로 유쾌하게 노래를 한다. 뻔한 길을 가지 말고 한번 쯤은 '옆길로 새'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마케팅 기간 종료로 은퇴를 선언한 MC옆길로새를 이제와서 언급하는 이유는 그 이미지가 여러 마케팅 활동 중에서도 최근 현대카드가 취하고 있는 대외 홍보·마케팅 전략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업계는 지난 1월부터 카드 3사의 정보유출 사건으로 침울한 분위기다. 시간이 두어 달 흐르고 정보보호 대책이 발표되며 민심은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이나 소비자에 흠을 보일까 노심초사다. 금융당국은 전화, SMS 등의 마케팅만 금지했지만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KCB 직원의 정보유출 시도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신한카드마저 고객의 마음을 달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지난 3일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은 임부서장들을 모아 놓고 '완전판매를 위한 우리의 다짐 선언식'을 열었다. 여기에 정보보호 영역별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임직원 정보보호 교육 강화, IT보안 취약점 상시점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인력과 인프라 강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현대카드만은 다르다. 마치 국내 카드업계의 화두인 정보유출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 같다. 지난 2일 현대카드는 마이택시(My Taxi)가 iF 디자인 어워즈 금상을 수상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신한카드의 선언식과 하루 차이다. 신한카드가 카드업계의 화두를 정면돌파하려고 할 때 현대카드는 디자인으로 화제를 돌린 셈이다.
금융당국의 '근신' 처방도 현대카드에는 통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말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영업활동을 3월 말까지는 금지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당국의 요청에 구애받지 않고 지난 2월부터 지난 10일까지도 카카오톡과 문자를 통해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진행 중이다. 현금서비스 가입 안내까지는 아니지만 앱카드 홍보, 청구할인 서비스 소개, 포인트 사용 촉진, 문화 이벤트 안내 등 다양하다. 움츠러든 타 카드사와는 다른 행보다.
물론 현대카드의 홍보 마케팅에 규정상의 문제는 없다. 비대면 채널 마케팅 금지는 권고 차원으로 법적 근거가 없고 당국이 강제할 수 없다.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내는 것도 기존 회원에 보내는 메시지라 고객 정보 수집 경로도 타당하다. 디자인 어워즈 수상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인 만큼 시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래도 현대카드가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거대한 화두 앞에서 옆길로 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정보유출 사태의 주범이라는 부정적 인식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움직임일 수도 있고, 당국이 조성하는 분위기에 관심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옆길로 새서 현대카드가 만들어낸 현대카드만의 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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