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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지 IPO 보류, 산은-대우證 '동상이몽' 산은·현대그룹, 매각이 우선...한지붕 두가족 소통 부재

한형주 기자공개 2014-04-07 09:51:35

이 기사는 2014년 04월 03일 11: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IPO)의 결정권을 쥔 현대그룹을 사이에 두고 KDB대우증권과 한국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상호 계열관계임에도 불구, 한쪽은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 주관사, 다른 한쪽은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서 마찰이 불가피한 구도였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로지스틱스는 당초 이번주로 예정된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미루기로 했다. 지난달 말에 이어 벌써 두 차례 연기다. 이번엔 상장 작업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 사실상 무기한 보류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 상장과 더불어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추진 중인 지분 매각건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현대그룹 자구계획의 일환으로서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 의지는 공고해 보였다. 지난해 실적 결산이 완료되는 대로 3월 중 상장예심을 청구, 늦어도 7월까진 증시 입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말 뜻밖의 변수가 터졌다. 유통업계 공룡으로 통하는 롯데가 현대그룹 측에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제안한 것. 마찬가지로 유통 채널을 보유한 GS 등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심사 청구서 제출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지만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IPO와 매각, 양쪽의 가치를 먼저 따져봐야 했다. 사측은 일단 주관사단에 예심 청구 시점을 4월 초로 미뤄야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단 "IPO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의사도 함께 전했다.

이미 시장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설이 확산된 뒤였지만, 대표주관사 선정 후 2년여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대우증권 입장에선 그저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불길한 느낌은 현실이 됐다.

예정된 4월에 들어서자 발행사는 다시 말을 바꿨다. 상장에 임하는 태도도 전과 달랐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주관사 측에 상장 일정 재연기를 통보하면서 "매각이 잘 안될 경우 다시 준비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같은 결정의 배후엔 산업은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롯데 등과 접촉 후 현대로지스틱스의 잠재 인수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산업은행 측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은행은 '둘 다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안 그래도 현대로지스틱스가 3년째 순손실을 내고 있는 데다 향후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아 예심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일말의 매각 가능성이 열린 상태에서 IPO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심사시 이익요건을 보지 않는 대형법인 상장 제도를 활용한다 해도 최대주주 변경 소지가 있는 기업의 상장을 무턱대고 승인하는 것은 거래소에게도 부담이다. 대주주 변동 불확실성은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요소로, 거래소가 심사 과정에서 엄격하게 보는 부분 중 하나다. 1년 전만 해도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은 향후 1년 간 예심 청구조차 할 수 없었다.

머리가 복잡해진 현대그룹은 궁극적으로 IPO보다 매각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 상장 준비를 후순위로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관사인 대우증권은 철저히 소외됐다.

현대그룹은 IPO 당사자인 현대로지스틱스에게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내부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은 그룹이, IPO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따로 진행하다 보니 매각건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최근까지도 주관사단에 "상장 준비는 예정대로 간다"고 밝혀온 이유다. 그러다 복수의 원매자가 나타나자 "IPO는 매각 성사 여부에 달렸다"는 결론으로 바뀐 것이다.

현대로지스틱스 처리 문제에 대한 현대그룹의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산업은행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계열사 매각과 회사채 신속인수제 승인 등 유동성 지원의 핵심 키를 산업은행이 쥐고 있기 때문. 이를 빌미로 산업은행은 현대그룹 측에 조속한 자구안 이행을 촉구한 게 사실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의 '선매각 후상장' 구도로 새 판을 짜게끔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 계열사가 아니라면 상장은 꿈도 못꿀 회사를 EV/EBITDA(기업가치 대비 현금창출력) 방식까지 써가며 밸류에이션을 구하고, 시간·인력·비용까지 투입해 딜 구조를 짜준 주관사로서는 허무할 만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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