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4월 11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라이빗뱅커(PB)가 고객을 따라 병원에 갔다. 보호자 되느냐는 의사의 물음에 그는 "나는 보호자가 아니라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왜 병원까지 쫓아갔을까. 대다수 사람들은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병원에 간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모습에 탄복한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자산을 맡긴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금융회사인 모간스탠리에서 베스트 PB로 인정받는 켈빈 콩(Calvin Kong)의 얘기다.PB는 이처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릴레이션십)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그게 곧 PB의 덕목이기도 하다. 그는 분명 빼어난 관계 지향적 PB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가 최고의 PB가 된 것은 아니다. 그가 담당한 고객의 자산을 냉철한 분석력으로 운용해온 동료 PB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훌륭한 PB일지라도 양손잡이는 될 순 없다.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능하면서 자산운용 능력까지 갖추긴 힘들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자산관리 시장을 이끄는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도 PB 간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역할 분담을 통해 고객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브로커리지(중개)가 아닌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추세다. 자산관리 조직을 확대하고, 자산관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타 PB 한두 명이 지점 수익의 과반을 책임지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관계 지향적 PB다.
최근 들어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하나대투증권이다. 하나대투증권 PB센터는 철저하게 '팀플레이'를 지향하고 있다. 고객과 신뢰를 쌓는 PB가 있는가 하면, 시장을 분석해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PB가 있다. 둘이 한 팀을 이뤄 고객의 자산을 키우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의 이승호 차장은 지난달 더벨이 개최한 '2014 Korea Wealth Management Awards'에서 올해의 PB로 선정됐다. 30대 중반인 그가 베스트 PB 반열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상사인 전병국 센터장은 파트너십 제도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PB 시장은 개인의 능력에 의존해왔다. 과거 씨티은행과 메릴린치 출신의 1세대 PB들이 뿔뿔이 흩어져 '개인플레이'로 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그들이 육성한 후배 PB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로 보다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하다. PB는 양손잡이가 되기 어렵다. 혹여 양손잡이 PB가 등장한다 해도, 양손을 다 쓰는 건 벅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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