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5월 20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나름대로 순항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부그룹 구조조정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봅니다."6개월 가량 지속되고 있는 3개 그룹의 구조조정에 대한 고위 당국자의 평가다. 지난해 동부그룹을 선제적 구조조정의 모델로 꼽았던 점을 기억하면, 불과 반년만에 180도 달라진 평가를 내렸다.
이 같은 평가를 내린 근거로 현대·한진그룹과 달리 동부그룹은 포스코에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매각하더라도 마무리해야 할 구조조정이 남아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예컨대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 아직 진행 중이거나 진행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
반면 현대그룹은 LNG전용선 사업부와 현대증권 매각 등을 통해 목표한 구조조정 계획의 70~80% 가량을 마무리 했다. 한진그룹 역시 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에쓰오일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느끼는 불안감은 뭘까. 속내를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들을 고려할 때,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언제든지 비토할 수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역시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동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및 금융당국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한진·현대그룹이 큰 갈등 없이 구조조정을 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일 있었던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긴급 회동에서 최 원장이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금융당국의 기류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끊임없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지배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핵심계열사인 금융계열사 경영권을 압박해 그룹 구조조정을 다그치자는 계산이다. 산업은행이 지난달 브릿지론 담보로 김 회장 아들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13%를 요구한 것도, 더 나아가 동부화재 매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구조조정을 완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신'이 전제되어 있다.
물론 동부그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과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 한 번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시장의 평가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기 보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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