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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국민은행 경영진 불통? 임영록 회장-이건호 행장 협의도 안해

송주연 기자공개 2014-05-22 14:53:44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2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새삼스럽게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산시스템 교체는 은행은 물론 카드사 등 주요 계열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에 사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 실제로 이번 사건을 두고 임영록 회장과 이건 행장이 직접 소통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산시스템 교체는 수천억 원의 비용 발생은 물론 은행 등의 업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이다. 때문에 은행 임원들로 구성된 경영협의회 논의는 물론 이사회 의결을 거친다. 국민은행 이사회에는 사외이사들과 더불어 지주사 부사장도 이사회 멤버로 포함돼 있어 전산시스템 교체에 지주가 관여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재열 KB금융 전무(CIO)가 있다. 김 전무는 은행의 전산시스템을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서 리스크 요인 보고가 누락되는 등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금융감독원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자 김 전무가 직접 나서 반박한 것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 한다.

김 전무는 지난 19일 "유닉스 시스템 결정은 독점업체 IBM 메인프레임에 대한 IT 운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한 전략적 경영판단"이라며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은행·카드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임에도 감사위원이 감사권을 남용해 이사회를 무력화 시키려 한다"고 해명 자료를 통해 직접 입장을 개진했다.

정 감사는 특별감사를 통해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을 발견하고 감사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사외이사들은 감사 내용을 보고받는 것을 거부했다. 내부감사는 이건호 행장이 요청한 사안이었던 만큼 사실상 이 행장의 의견이 묵살된 셈이다. 이후 정 감사는 이 행장과 협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을 금감원에 중요 정보사항으로 보고했고, 금감원은 직원 5명을 급파해 특별검사에 나섰다.

이 행장측이 집안 일에 금감원까지 끌어들이는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임영록 회장과 이 행장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계열사의 중요 결정 사항을 두고 다툼이 발생했다면, 은행장과 지주 회장이 사전 조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전혀 그런 통로가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의 '불통'이 내분을 자초한 셈"이라며 "어떤 결론이 나든 그룹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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