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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일본 롯데, 해외 교통정리 시작하나 필리핀·말레이 합작사 지분 日 롯데홀딩스로...출혈경쟁 피해 사업조정

신수아 기자공개 2014-05-28 08:25: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7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제과가 2000년대 일본 롯데와 합작 설립한 해외 법인의 지분을 잇따라 처분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에서 양사가 사실상 경쟁체제로 들어간 상황에서 합작사의 지분 정리는 '교통정리'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일본 롯데와 합작 설립한 말레이시아 판매 법인(Lotte Malaysia Sdn. Bhd.)과 필리핀 판매 법인(Lotte Confectionery Pilipinas Co.)의 보유 지분 전량을 일본 롯데홀딩스 측에 매각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최근 인수 후 양호한 실적을 시현하는 해외 계열사들이 많아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해당 합작 법인의 경우 단순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는 말레이시아·필리핀 법인의 지분을 각각 40%씩 보유하고 있었다.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는 2000년 대부터 아시아 시장에서 다양한 합작 법인을 설립해 운영해 왔다.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곳곳에 판매 법인을 세우고 껌과 파이류의 제과를 직접 생산하거나 판매했다.

롯데제과-일본롯데합작사

양사의 공존 관계가 계속되어 왔으나 최근 일본 ㈜롯데가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사업을 확대하자 일부는 그룹의 모태가 된 '제과' 사업을 두고 한·일간 경쟁이 시작됐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태국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에서 만든 과자를 해외에 전파하는 것이 일본 롯데의 역할"이라며 "과자브랜드 전략은 우리가 주도해갈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실어 줬다.

그렇다고 롯데제과의 해외 사업이 위축된 것은 아니다. 롯데제과는 최근 베트남의 비비카, 파키스탄의 콜손, 카자흐스탄의 라하트 등 현지 유수 제과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특히 롯데제과는 이들 현지 업체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과·식음료 사업은 국내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동종 사업을 각각 국가에서 영위하고 있는 한국·일본 롯데의 격돌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교통정리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 해외 진출 포석을 닦았던 판매 법인의 주도권은 일본 롯데가 가져가고, 최근 영역 확장에 나선 롯데제과는 해당 사업에 먼저 집중해, 양사 간 불필요한 격돌을 피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손실이 누적되고 있던 필리핀 법인은 단 돈 100달러에 일본 롯데홀딩스에 매각했다. 당초 롯데제과는 필리핀 법인의 지분 40%를 약 26억 원에 취득했다. 필리핀 법인은 그간 손실이 누적되어 지분 가치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이처럼 '헐값'에 넘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투자 손실을 기꺼이 떠안을 수 있는 '내부 논의'가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레이시아 법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년 10억 원 대의 순손실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24억 원의 초기 장부가액은 2012년 말 이미 7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초기 투자금 회수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정확한 매각가는 공개할 수 없으나 시장가치를 평가받아 제 값에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롯데제과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앞세워 합작 법인의 지분을 염가에 매각하는 것은 해외 사업을 두고 양사 간의 '호의'가 존재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유럽)나 중국 등에서는 여전히 두 업체가 함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는 롯데가 꾸준히 제품을 판매하던 곳으로 이곳의 지분을 일본 롯데에 넘겼다는 것은 사업 주도권을 양보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해외 사업을 둘러싼 양사 간의 사업 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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