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롯데그룹 동남아 제과사업, 합작 정리 잇따라 [신동주·신동빈 헤게모니 경쟁]①롯데제과,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합작지분 일본 ㈜롯데에 매각
신수아 기자공개 2014-06-05 09:45: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30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한·일 롯데그룹의 제과업 계열사들이 합작했던 해외 법인들의 지분 정리가 시작됐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 에서다. 이 지역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이 공동으로 제과시장 진출을 위해 손을 맞잡았던 곳이다. 그러나 합작법인의 지분이 최근 잇따라 일본롯데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이 제 갈 길을 가기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롯데제과는 지난해 12월 공동 출자해 설립했던 말레이시아 법인 '롯데말레이시아(Lotte Malaysia Sdn. Bhd.)'의 지분 전량을 일본의 ㈜롯데에 매각했다. ㈜롯데는 일본 롯데그룹에서 제과사업을 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롯데말레이시아는 그 이전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가 각각 40%, 6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 거래로 일본 ㈜롯데가 100%를 갖게 됐다.
롯데말레이시아는 2010년 설립됐다. 일본 ㈜롯데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과자 '코알라의 행진(Koala's March Chocolate)과 자일리톨 껌을 취급한다. 판매 제품과 출자 지분율에서 알 수 있듯 그간 사업의 주도권은 일본 ㈜롯데가 가지고 있었고 한국의 롯데제과는 합작 형태로 사업에 일부분 기여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법인 지분이 모두 일본으로 귀속되면서 롯데말레이시아는 더 이상 한국 롯데제과 상품을 수입해 판매하거나 모종의 교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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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는 이어 지난 1월10일 필리핀 법인인 '롯데컨펙셔너리필리피나스(Lotte Confectrionery Pilipinas Co.)' 보유 주식 전량을 단돈 100달러에 일본 ㈜롯데 측에 넘겼다. 2009년 설립된 롯데컨펙셔너리필리피나스는 설립 당시 전체 자본금의 60%를 일본 ㈜롯데가, 약 26억 원 규모의 나머지 40%의 자본금을 롯데제과가 출자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두 법인의 경우) 본래 한국 롯데제과는 투자 형식으로 해당 법인에 출자했을 뿐 직접적인 운영은 그간 일본 롯데가 맡아해 이번에 지분을 넘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컨펙셔너리필리피나스 역시 일본 ㈜롯데 상표가 붙은 제품을 주로 취급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선 '수입과자'로 유통되는 '토포(Toppo)'나 최근 국내판 제품이 출시된 '코알라의 행진' 등의 상표명이 일본어로 표기돼 포장지 전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 사업 운영은 일본 ㈜롯데가 주도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필리핀 현지 합작법인의 지분이 정리되고 있는 건 전례없는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제과사업에서만큼은 경쟁을 하면서도 때로 협업해가며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아직 해외 시장 공략은 진행형이다. 갈 길이 먼 상황에서 합작을 종료한 건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실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한·일 롯데는 동남아시장에 합작사를 설립할 때 대부분의 경우 동반 진출했다. 중국(낙천사통식품유한공사), 필리핀(Lotte Pholippines Co., Inc), 베트남(Lotte Vietnam Co.), 대만(Lotte Taiwan Co., Ltd) 등은 초기 설립 법인의 경우, 전체 납입 자본의 40~60%를 일본 ㈜롯데가 맡고 한국 롯데제과가 나머지 지분을 맡았다.
양측 결별의 조짐은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한·일 롯데는 인도네시아에서 두개의 판매 법인을 운영중이다. 롯데제과·일본 ㈜롯데·일본마루베니상사 등 3사가 합작 설립한 '롯데인도네시아(PT, Lotte Indonesia)'와 롯데제과·일본 ㈜롯데가 합작 설립한 '롯데트레이드앤디스트리뷰션(PT, Lotte Trade and Distribution)'이다. 법인명에서도 알 수 있듯 롯데인도네시아는 제과류의 생산·판매 법인이며, 롯데트레이드앤디스트리뷰션은 유통·판매 사업을 담당한다.
2011년 이전만 하더라도 롯데제과는 롯데인도네시아 법인의 지분을 39.6%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7.58%로, 그리고 지난해 1.52%까지 보유 지분율을 줄였다. 합작 법인인 만큼 해당 지분은 일본 ㈜롯데나 일본마루베니상사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면 감자 등으로 지분을 소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롯데제과는 지난해 롯데트레이드앤디스트리뷰션의 지분 가치를 전액 손상차손 처리해,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모태가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일본 롯데가 일부 국가에서 사업 주도권을 가져갔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며 "제과 사업에서만은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본 롯데의 각오가 반영된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모태 사업은 일본 ㈜롯데의 껌과 제과 사업이다. 사업 초기 제과 사업을 확대하며 주요 제품의 상표권과 기술력은 일본 ㈜롯데가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해외 진출 초기 양국의 합작은 불가피했을 수 있다. 제과 분야 기술력 및 상표권을 가진 일본 ㈜롯데와 현금창출과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던 한국 롯데제과의 협력으로 해외 진출의 물꼬를 터야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일 롯데그룹 규모의 격차가 벌어지며 상황은 예전과 달라졌다. 해외 시장에서 한·일 제과 계열사가 경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시작하며, '미묘한' 신경전이 맞붙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유독 제과 사업에 애착을 보이는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시아 시장을 일본 롯데가 주도하겠다는 '청사진'을 공언하고 나선 터라 힘의 균형은 서서히 깨지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합작사를 선택하지만 이후 사업적인 이견이나 시장 상황에 변하면 합작 관계를 정리하기도 한다"며 "흔히 사업 주도권을 가진 쪽이 차등적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급격히 올리거나 혹은 상대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 등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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