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8월 20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2011년 연말 즈음 정철길 SK C&C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던진 한마디다.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더이상 공공정보화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서 공언을 했다.
정 사장은 이 말을 진부한 한마디로 끝내지 않았다. 원래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고도 집요할 정도로 완벽에 매달리는 스타일로 잘 알려져있다. 기대한 성과가 나오기 전에는 세세한 면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성격이다. 덕분에 과거 유공 시절부터 정 사장을 지근 거리에서 봐왔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도 남다르다.
정 사장이 고르고 고른 신사업은 중고차 매매와 메모리 반도체 모듈 사업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있어서 화려한 포장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어설프게 트렌드를 따르면서 한창 주목받던 블루오션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했다. 어느 정도 틀이 잡힌 레드오션 속에서 확실한 블루오션의 기회를 엿봤다.
SK C&C의 신사업들은 올해 상반기 달콤한 결실을 맺었다. 주력 사업인 IT서비스가 내리막을 걷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신사업의 실적이 잡히는 유통·기타 부문의 매출액(4470억 원)이 전년보다 29% 가량 증가했다. 전체 영업이익(1219억 원)이 33%나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반도체 모듈 사업의 성장세는 거침이 없다. 이를 담당하는 싱가포르 법인은 지난 2분기 매출액(635억 원)이 한 분기만에 3배나 늘었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라는 똑같은 통보를 받았던 다른 업체들의 상황은 어떨까. 삼성SDS와 LG CNS도 공공정보화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삼성SDS는 해외 물류IT를 붙잡았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먼저 기반을 닦는 데 주력했다. 대규모 물량이 확보된 만큼 성과도 확실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한 2751억 원을 거둬들였다. LG CNS는 영업이익(19억 원)을 흑자로 돌려놨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무엇보다 스마트 그린솔루션·클라우드 서비스·빅데이터 등 신사업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게 아쉬웠다.
부침이 심한 IT업계에서 착실하게 실리를 쌓고 있는 SK C&C의 성장스토리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받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정 사장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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