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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재무전략통 상선 집결 이유는 문동일·김한수 각각 CFO·재무팀장 선임..구조조정 마무리 힘 싣기

김장환 기자공개 2014-10-01 09:17:34

이 기사는 2014년 09월 30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계열사 재무전략 전문가들을 현대상선으로 집결시켰다. 지난해부터 단행해온 고강도 자구안이 어느 정도 성과를 봤고,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함께 이뤄지고 있는 조직개편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문동일 현대엘리베이터 전무와 김한수 현대로지스틱스 상무를 각각 공석이었던 현대상선 재무총괄담당(CFO)과 재무1팀장으로 전입 인사 실시했다고 29일 밝혔다. 전 계열에서 역시 재무 전략을 담당했던 재무 전문가들이다.

우선 문 CFO는 지난 2011년 초 국내 3위권 엘리베이터 사업자인 오티스에서 현대엘리베이터로 옮겨온 인사다. 부임과 동시에 CFO(상무)를 맡았던 그는 1년여 뒤 전무로 승진했다. 당시 그룹의 전략기획통이자 현대엘리베이터 해외사업본부장이었던 진정호 상무와 함께 굵직한 현안들을 챙겼다.

2011년 이후 지난 4년여간 현대엘리베이터 CFO를 맡았다는 점에서 2대주주인 쉰들러홀딩아게(AG)로부터 시작된 경영권 공격을 막아내는데 중심에 섰던 인사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회계장부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 가처분 소송을 시작했다. 이후 소송은 급격히 늘어나 현재까지 4건의 소송이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문 CFO 역임 중 현대엘리베이터 재무전략에서 가장 큰 변화는 10여년 간 이어왔던 파생상품 계약 해지를 결정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들어 그동안 현대상선 주식을 연계해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어왔던 파생상품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 시점에 모두 해지키로 결정했다.

파생상품 해지를 결정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해운업 경기 폭락으로 대규모 손실이 유입된 탓이 크다. FI들은 매입할 당시 주가와 만기일 기준 주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계약 조건을 갖고 있다. 해운경기 악화에 따른 현대상선 주가 하락은 현대엘리베이터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직접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한 우호주주를 끌어들이기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장기간 백기사 역할을 해줬던 허치슨그룹 계열 마켓밴티지를 상대로 올해 들어 1100억 원대 유상증자(지분율 약 9%)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재무전략을 설립한 중심에는 물론 재무총괄담당자인 문 CFO가 자리잡고 있었다.

함께 적을 옮긴 김한수 재무1팀장도 현대로지스틱스에서 사실상 CFO 역할을 전담했던 인물이다. 현대로지스틱스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13년 12월로 불과 9개월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현대로지스틱에는 엄청난 재무전략 이슈들이 있었다. 첫째는 현대그룹이 자구안을 위해 매각을 진행한 일이고, 둘째는 이를 통해 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나선 것이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투자사 오릭스PE는 최근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현대그룹에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인수 잔금 납입을 완료했다.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존주주 지분 89%와 145만 주 워런트는 모두 SPC에 넘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현대글로벌로 넘어갔다.

해당 SPC에 현대상선(지분율 30%)이 참여하면서 그룹 상단을 차지했던 현대로지스틱스는 사라졌고, 대신 현대상선에서 지분이 이어지는 구조만 그대로 남게 됐다. 다만 현대로지스틱스 대신 현대글로벌이 같은 자리를 차지하게 돼 비슷한 순환출자 고리를 갖게 된 것은 마찬가지다. 뭐가 됐든 안정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순환출자 고리 끊기 밑그림을 그리는데 직접 관여했던 인물이 바로 김 재무팀장이다.

각 계열에서 이처럼 재무전략의 중점적 역할을 했던 문 CFO와 김 재무팀장을 현대상선으로 한데 모은 것은 최근 그룹의 움직임과 맞물려 특히 주목을 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단행해왔던 자구안이 상당 수준 진행돼 마무리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관건은 그룹의 핵심 계열 현대상선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살아날지 여부다. 그만큼 현대상선은 향후 재무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재무 전문가를 두명이나 동시에 투입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현대상선이 최근 대표이사를 추가 선임해 각자 대표이사로 출범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현대상선은 지난 2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사내등기이사인 이백훈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이석동 대표와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만들었다. 결국 그룹 계열 재무전문가인 문 CFO와 김 재무팀장을 현대상선으로 모은 것은 앞서 단행한 CEO 인사에 힘을 싣기 위한 후속 인사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최근 침체된 해운시황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조속히 흑자경영을 달성하기 위해 임원 인사를 조기에 단행했다"며 "이번 인사는 이백훈·이석동 각자대표 체제 출범이후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임직원 모두와 함께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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