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1월 21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독립계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A는 4년 전 코스닥상장사에 투자했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물론 대주주 지분까지 합쳐 의결권 있는 주식 12%를 인수했다. 다행히 투자이후 회사는 경영 안정을 찾았고 기업가치는 두 배 이상 올랐다.A는 회수를 고민했다. 한 개 펀드의 관리보수만으로 경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자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친분이 있던 B PEF에 지분 3.4%를 매각해 투자원금의 절반을 회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투자 대상을 경영권 참여로 제한한 PEF의 규제 때문이다. 현행법상 PEF는 의결권 있는 주식에 10% 이상 투자하거나 아니면 임원의 임면 등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지배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투자만 할 수 있다.
A와 B PEF는 고민했고 해법을 찾았다. 공동투자계약을 체결해 지분 10% 이상을 유지키로 한 것이다. 계약기간은 최소 투자기간인 6개월로 한정했다. B PEF는 사실상 경영권 참여 목적의 투자가 아니었지만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 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 벤처캐피탈 소속 C PEF는 요즘 고민이 많다. 펀드의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상장사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주로 투자했는데 그다지 성과가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이후 되레 주가가 하락한 기업이 문제다. 감독당국은 PEF가 메자닌 투자에 나선 경우, 2년 이내에 워런트의 절반을 의무적으로 행사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경영권 참여 목적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주가하락으로 손실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워런트를 행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PEF입장에서는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PEF의 투자를 경영권 참여목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규제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일방적으로 손실을 감당하도록 하는 규제는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 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흘렀다. PEF 수는 20배 가량 증가했고 펀드 규모는 10배가 늘었다. 크고 작은 투자 성공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국내 토종 PEF들도 내세울 만한 트랙레코드를 갖기 시작했다. 과거 '먹튀'로 인식되던 PEF의 이미지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PEF에 대한 규제 역시 상당부분 완화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보면 국내 PEF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감독당국의 고민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불합리한 투자 규제가 남아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선 A와 B PEF와 같이 교묘하게 경영권 참여 목적 투자로 위장하거나 C PEF처럼 가지고 있는 권리 조차 뜻대로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PEF는 경영권 참여 목적의 투자만을 허용한다는 감독 당국의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각종 규제에도 바이아웃 보다 메자닌 투자를 선호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현행 규제를 고수할 일만도 아니다. 경영권 참여 목적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규제 항목에 매달리기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허울뿐인 규제는 서류작업의 번거로움과 비효율만 양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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