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쓰는 한화그룹, 신용도 변화 양상은 외부조달 확대, 재무부담 가중…중장기 사업 시너지 긍정적
이길용 기자공개 2014-11-27 09:46: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26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게 됐다. 인수 주체인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고 투자 부담 또한 지속되고 있어 대규모 외부 조달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다. 과중한 차입 부담을 안고 있는 한화그룹 계열사의 신용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인수 후 사업 시너지에 따라 부정적인 시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겹치는 사업영역이 적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매입 기업의 최근 수익성이 저하됐지만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회사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크레딧 업계는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정도로 사업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바라볼 계획이다.
◇ 자금 사정 빡빡한 한화그룹...외부 조달 시 재무부담 확대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을 총 1조 9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한화가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 원에 인수하고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은 각각 5519억 원과 5081억 원을 투자해 삼성종합화학 지분 56%를 매입한다.
현재 한화그룹의 인수 자금 조달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빡빡한 자금 사정을 감안할 때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한화 718억 원, 한화케미칼 1530억 원, 한화에너지 580억 원이다. 3개 계열사 보유 현금이 2828억 원으로 인수 자금의 15%에 불과한 상황이다. 적정 유동성 관리를 위해 이를 모두 지분 매입에 사용하기도 어렵다.
특히 ㈜한화는 한화건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정산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며 추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케미칼은 화학·태양광 부문에서 설비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여수 산업단지에 스팀 설비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 영업현금창출력으로는 자체적인 자금수요를 충당하기도 버겁다.
가장 많은 자금을 지출해야 하는 ㈜한화가 인수자금 전액을 외부에서 차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144.4%에서 175.8%로 높아진다. 차입금의존도는 32.5%에서 45.4%로 악화된다. 순차입금/OCF는 17배에서 24배로 치솟는다.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도 커버리지 지표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한화그룹 계열사의 재무부담 확대는 신용위험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자금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인수대금을 각각 2년과 3년씩 분할 납부하기로 결정해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신용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 사업 시너지 기대...투자금 회수가 관건
삼성그룹의 방산-석유화학 계열사와 한화그룹 계열사 간의 사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삼성테크윈은 반도체 관련 정공사업과 방산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다. 인수 후에도 반도체 사업 부문은 삼성과 지속적인 거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방산사업에서는 ㈜한화가 화약을 주력으로 제조해 사업 부문에서 겹치는 영역이 적다.
삼성종합화학은 프랑스 토탈과의 합작사인 삼성토탈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NCC와 파라자일렌(PX)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폴리에틸렌과 태양광이 주력인 한화케미칼 입장에서는 인수 후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최근 수익성은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테크윈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1011억 원보다 70% 가량 줄었다. 삼성토탈도 지난해 3분기 누적 4483억 원에서 올해 동기 1734억 원으로 급감했다.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저하됐지만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은 꾸준히 영업현금을 창출하고 있어 한화그룹 계열사의 현금창출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한화그룹 계열사의 신용도는 영업현금 창출능력을 키워 인수 자금을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딧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사업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는지, 창출된 현금으로 재무구조가 얼마나 개선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인수자금이 한화그룹 계열사 크레딧에는 부정적이지만 향후 사업 시너지 효과에 따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며 "사업의 관점은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한화그룹 계열사의 크레딧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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