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 신사업 추진 '답이 없네' [Company Watch]즉석식품 제조·특성화 편의점 시도 '암초'...뚜렷한 대안도 없어
신수아 기자공개 2014-12-08 10:32: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03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가지 유통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통 채널의 다각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유통 기업의 고민은 같을 수 밖에 없죠" 굴지의 유통 기업 임원의 푸념 섞인 고민이다.성공적인 기업 공개로 일본 훼미리마트와 관계를 청산하고 독립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한 BGF리테일. 그러나 '편의점' 하나로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향후 성장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BGF리테일은 상장 이후 껍데기만 남아있던 자회사 일부를 완전히 청산했다. 앞서 지난 5월 청산한 자회사 BGF푸드안성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식품의 제조시설을 새롭게 건립하기 위해 만들었던 법인이며, 지난 8월에 정리한 자회사 후레쉬애비뉴는 특성화 편의점 점포를 테스트 운영하기 위해 설립했던 법인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각각 추진하려던 사업을 접게 되면서 해당 법인의 실효성이 없어져 청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정리 수순을 밟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BGF리테일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던 노력은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혀 좌절됐다. BGF리테일은 지난 2011년 초 경기 안성에 약 2000평 규모(6600㎡)의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편의점 사업과의 시너지를 감안해 삼각김밥과 도시락 등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식품의 제조공장을 건립하려던 계획이었다. 연간 두자리 수 성장을 이어 온 편의점 시장을 감안했을 때, 내부 계열사간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따랐었다. 특히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할 수 있는 PB상품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관련 상품을 직접 개발·제조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된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성장 동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전혀 엉뚱한 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2011년 말 동반성장위원회가 도시락제조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버렸기 때문이다. BGF푸드안성의 생산 공장은 동반위의 결정 이전에 매입한 땅이었기 때문에 예외 사항에 해당했지만, 시장 상황과 규제 강화 등 주변을 의식한 BGF리테일은 결국 해당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채널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유통업의 핵심 중 하나는 바잉파워(Buying Power). 바잉파워를 확대하기 위해선 다각화된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 경쟁사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포함)의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롯데그룹의 계열사로,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홈쇼핑 등 국내 모든 채널과의 접점을 갖고 있다. GS25의 운영사인 GS리테일도 최근 규제 강화로 활로가 막히긴 했으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을 통해 편의점의 한계를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BGF리테일 역시 2011년 말 경 SSM과 유사한 프리미엄 편의점을 시험 운영했었다. 2011년 말 신도림 디큐브시티 오픈에 맞춰 지하 2층에 문을 연 '후레쉬애비뉴마켓'은 신선식품은 물론 일부 축산 제품 등도 취급하는 등 프리미엄 콘셉트의 슈퍼마켓이었다. 후레쉬애비뉴마켓은 핵가족과 싱글족의 생활 패턴에 맞춰 소포장 상품을 공급하는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장점을 접목한 신종 업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변에 대형마트가 몰려있었던 상권 상황과 부족했던 운영 노하우 때문에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점포를 정리해야 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당시 후레쉬애비뉴는 기업형슈퍼마켓(SSM)에 가까워 BGF리테일이 SSM에 진출하기 위한 테스트 매장을 열었다는 분석도 있었다"며 "점포의 위치상 인근 대형마트 등에 밀려 지속적으로 매출이 부진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의 사업 구조를 보면 편의점 사업과 이와 연동된 물류 사업을 제외하곤 뚜렷한 신사업군이 없다. 현금자동지급기를 운영하는 비지에프캐시넷이 존재하지만 연간매출 450억 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성장동력의 대안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사세 확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유통업계의 관계자는 "편의점 시장이 연간 두 자리수의 성장을 이어오자, 이에 맞춰 새롭게 등장한 신종 편의점들의 활약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특히 CU·GS25·세븐일레븐 등 기존 편의점 점주들도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감안해 신규 편의점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왕왕 목격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쟁상황을 감안할 때 편의점 사업 역시 BGF리테일의 향후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신세계그룹과 홈플러스 등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매달 평균 20개~25개의 점포를 새롭게 열고 있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내수에 집중된 유통업의 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업계 전반에 걸쳐) 채널 다각화를 통한 확장이냐 제조업 등 신수종 사업을 붙여 시너지를 노리는 확장이냐에 대한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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