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12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2년 '가문관리'를 전면으로 내세운 패밀리오피스를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삼성패밀리오피스는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금융자산과 부동산 관리를 비롯해 가업 승계를 위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고객의 90%인 기업 CEO를 위해 노무, 법률, 계리 문제도 상담한다.여타 PB센터가 금융상품 판매에 주력한다면 삼성패밀리오피스는 컨설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격인 패밀리오피서(Family Officer, FO)가 주축으로 '가문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 삼성패밀리오피스는 종합적인 분석을 위해 삼정회계법인, 김앤장법무법인, 이현세무법인 등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들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고객이 상담 요청을 할 경우 본사에서 전문가를 파견하는 형태다. 부문 별로 대응하는 주체가 다른 상황에서 총체적인 솔루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차이를 만든 또 다른 요인은 '평가 체계'다. FO들은 삼성생명 임직원과 평가 기준이 같다. 증권사가 PB들을 브로커리지 수익과 판매수수료로 매일 줄세우는 것처럼 성과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PB가 FO처럼 한 사안을 가지고 수개월 동안 컨설팅만 진행한다면 낙제점을 받을 것이다.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돈을 내겠다고 나서기도 하지만 모든 컨설팅은 무료다. 삼성패밀리오피스는 장기적으로 서비스 유료화를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전면 유료화에 나설 정도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자문업 등록을 해야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업계는 수수료 문화가 정착하지 않아 국내 WM시장이 발전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처럼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만 종합자산관리가 가능한데, 국내에는 '상담은 공짜'라는 인식이 확고하다는 뜻이다. 상담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보니 판매 수수료에 매달리고, 이로 인해 고객보다는 회사에 유리한 상품을 추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패밀리오피스의 사례는 고객 인식이 발전을 막는 절대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 기꺼이 지불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게 진짜 이유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자산관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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