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23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법무법인 현 변호사(사진)가 재벌 3세의 삶을 뒤로 하고 "작지만 정직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부 재벌3세의 그릇된 기업관에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재벌3세로 태어나 재벌3세의 삶을 버린 그의 독특한 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 변호사는 23일 자본시장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과의 이메일 대화에서 "한국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며 "계속해서 해외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조용하고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동안 많은 일들이 발생했고 저는 효성그룹과 단절하고 자유로운 개인으로 홀로서기를 하는 전환점에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호주에 머물고 있다. 아침마다 7살인 아들 재호 군의 등교를 챙겨주고 집안에서 부인과 소일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한국을 떠난 지 2년 가량 됐으나 이따금 짧은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한다. 대부분 효성그룹과 연관된 검찰 조사 일정이다. 서울을 방문할 때면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한다. 평소 늘 "재벌 3세 조현문"으로 불리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그가 재벌가 시각에서는 다소 기행적으로 보여지는 삶의 행적을 보였던 이유도 효성그룹의 둘째 아들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했고 '인간 조현문'으로 살고 싶어하던 그의 철학 때문이라는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대에 간 이유도 자격증을 따 재벌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 보컬그룹 무한궤도 멤버로 활약했고 서울대와 하버드법대를 나온 보기드문 이력을 갖고 있다. 재벌이면서도 재벌의 삶을 버렸고 재벌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번 이메일 대화는 인터뷰는 아니다. 그는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약 1년 9개월 전인 지난해 3월 한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도 "모든 것은 주어진 때와 시기가 있고 미래 적절한 시기가 돼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말씀 나눌 수 있는 때가 오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사양했었다. 이번에도 인터뷰 요청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인터뷰와 별개로 그의 현재 행적이 요즘 다시 조명받는 건 시대적 변화 때문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요즘 재벌3세를 바라보는 관점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3세대를 거친 재벌 가문은 예전 1~2세대 기업가들이 이끌던 재벌가문이 아니라는 게 바뀐 관점의 요지다. 물론 일부 재벌 3세의 이야기이고 많은 재벌 3세는 철저한 교육을 받고 가업을 승계하려 애쓰지만 예전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받고 있다. 조현아식 임직원 다루기는 비록 그가 오너라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용납이 안된다는 게 재벌 3세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조 변호사는 일부 그릇된 기업관을 갖고 있는 재벌3세들을 향해 평소에도 늘 옳은 소리를 했다고 한다. "세대가 바뀌었다. 아버지 시대 권위는 통했다. 재벌 3세 때에 와서는 통하지 않는다. 임직원을 섬기는 서번트리더십(다른 사람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하인이 결국은 모두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는 이론)이 필요하다. 현장을 직접 다니고 주주들에게 경영인 3세가 직접 설명하고 만나고 뛰어다녀야 한다"고 늘 말했다는 게 그의 주변 관계자들 전언이다.

이런 그의 행동과 말은 재벌3세를 바라보는 시각의 저변을 넓혀준다. 재벌3세도 개인에 따라 모두 다르고 집안따라 다르며 하나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건 선입견과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이다. 재벌 내부에서도 특권 의식을 가진 스스로의 삶을 비판하는 3세들이 많다는 건 조현아 사태로 자칫 재벌3세를 한꺼번에 비판하는 오류를 피하게 해준다.

조 변호사는 현재 조그만 가게도 하나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효성그룹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어 조그만 법인을 하나 만들어도 효성그룹 계열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그릇되고 거짓된 행동은 진실의 밝은 빛을 결코 이길 수 없음을 확신한다"며 "재벌 3세의 삶을 뒤로 하고 작지만 저만의 정직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