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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공조 M&A는 현대차에 毒일까 [thebell note]

정호창 기자공개 2015-01-05 08:18:04

이 기사는 2014년 12월 31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인 한앤컴퍼니는 국내 PEF 역사에 남을 만한 초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미국 비스테온이 보유한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3조 9000억 원(36억 달러) 가량에 인수하기로 한 것.

이는 지난 2004년 말 국내 금융시장에 사모투자펀드(PEF) 제도가 도입된 이후 토종 운용사가 진행한 인수거래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국내 M&A역사에 남을 만한 빅딜을 성사시켜 들뜰 만도 하지만 한앤컴퍼니 관계자들의 속내는 최근 그다지 편해 보이지 않는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최대 매출처인 현대자동차그룹 구매 담당자들이 언짢은 기색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이번 딜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새 주인이 되면 기술 개발이나 품질 향상에 노력하기 보다 수익을 챙겨가는 데 급급할 것이라는 게 이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한앤컴퍼니가 새 주인이 되면 거래선 다변화를 추진하거나, 아예 현대차그룹이 직접 자동차 공조사업에 뛰어드는 걸 검토할 수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논리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살펴보면 이들이 내놓은 주장과 대안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현 주인은 미국 자동차 부품사인 비스테온이다. 그리고 비스테온의 최대주주는 잘 알려진 것처럼 글로벌 헤지펀드들이다. 단기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PEF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곳이 바로 헤지펀드다. 따라서 최대주주의 성격을 문제 삼는 현대차 관계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는 게 M&A업계의 시각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납품 물량을 줄이거나 현대차가 공조부품을 직접 생산하겠다는 것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대안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신규 업체를 설립하는 것이 비효율적인데다 필요한 기술력을 갖추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현대차그룹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과거의 그저 그런 하청업체가 아니다.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자동차 공조업계 2위에 올라있는 글로벌 업체다. 생산물량의 절반가량을 현대차그룹에 납품하고 있지만 나머지 물량은 포드,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기술과 품질 면에서 이미 세계 최정상 수준에 올라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기업을 외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대차그룹에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란 게 국내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거래관계를 늘릴수록 기술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현대차그룹에 득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가 현대차그룹이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건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만 바라보던 국내 부품업체들이 이제 현대차그룹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됐다는 걸 뜻한다. 이런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현대차그룹의 위상과 인지도, 기술력 등도 함께 올라가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자동차업계를 이끄는 맏형이다. 업계 리더로서 협력업체들의 발전과 성장을 축하하고, 상생과 공존을 모색하는 리더십과 포용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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