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3세]베일 속 3세 '신유열', 신동빈과 닮은꼴 행보日서 학업, 금융사 근무…"먼저 남 밑에서 사회 배운다" 전통 이어가
장지현 기자/ 문병선 기자공개 2015-01-22 08:03:41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6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벌 3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업적을 넘어서야 한다는 필연적 과제에 당면한다. 그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개 또래 경쟁자와의 비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선대의 성과를 얼마나 유지 또는 확대했느냐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1세와 2세가 세운 거대한 탑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씨름해야 한다.선대를 넘어서기 위한 3세들의 가장 기본적 전략은 '따라하기'다. 롯데가(家)의 3세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신유열(29) 씨도 신동빈 회장(60)의 젊은 시절 행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유열 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원까지 모두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재는 롯데그룹과 관련이 없는 타 일본 회사에서 금융업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했다"며 "이 학교가 일본 내에서 귀족 학교로 알려져 있는 만큼 자녀들도 실질적으로 이 학교를 졸업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귀띔했다.
아오야마가쿠인(Aoyama Gakuin ; 靑山學院)은 유치원부터 대학교를 모두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일본말로 여기를 나온 학생들은 '아오가쿠' 출신이라고 한다. 주로 부자들이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오가쿠' 출신이라고 하면 상당한 부를 가진 것으로들 생각한다. 사립학교이고 기독학교다. 대학교 수준은 상위권이다.
아오야마가쿠인유치원 또는 아오야마가쿠인초등학교를 입학했다면 상위 레벨로 진학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 그래서 대부분 아오야마가쿠인유치원에 입학하면 아오야먀가쿠인대학에까지 학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신동빈 회장이나 신유열씨도 이 곳에서 모두 학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오야마가쿠인고등학교에서 아오야마가쿠인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은 80%가 넘는다. 학원 위치도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도쿄 시부야에 있다.
|
신유열 씨의 학력이나 금융회사 근무 행보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에 합류하기 전에 겪었던 절차와 거의 유사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은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MBA를 했다. 이 대학교에서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과 같이 공부해 친분이 있다. 졸업 후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했고 7년간 근무하며 런던지점에 파견되기도 했다. 1988년 2월까지 근무했다. 노무라증권 퇴사 후 일본 롯데상사㈜ 이사로 입사했다. 한국나이로 34세 때였다. 현재 30대 그룹 총수일가 3∼4세들의 평균 입사 나이가 28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롯데그룹에 합류한 셈이다.
신유열 씨의 큰아버지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1) 역시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아오야마 가쿠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 신 부회장은 1978년 미쓰비시상사의 일반사원으로 입사해 10년 동안 근무했다. 미쓰비시상사 재직 기간 동안 신 전 부회장은 부친 신격호 회장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34세이던 1987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남 밑에서 월급 받아봐야 사회 배운다"…창업주의 가르침
신동주·동빈 형제의 닮은 꼴 행보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 이 전통은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씨에게도 이어졌다. 신격호 회장은 장남과 차남을 왜 곧바로 자신의 기업(롯데)으로 부르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회 공부가 필요했던 거죠. 밖에서 고생을 시켜 줘야지요."
창업 2세대와 3세대들은 대부분 남의 밑에서 일하지 않는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바로 삼성으로 들어갔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역시 다른 기업을 경험하지 않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롯데가문만은 입사 전 타 회사 근무를 원칙으로 삼는다. 신격호 회장은 남의 밑에서 일을 해서 월급을 받아봐야 사회를 배운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면서 경영을 배우며 단련된 경영자는 바닥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과 차이를 보일 것으로 믿었다.
신격호 회장 자신도 젊은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우유배달, 식당일, 전당포 직원, 점원 등 바닥 생활을 닥치는 대로 했다. 그 때 몸소 배운 경험과 철학을 자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것이라고 한다. 남의 밑에서 일하며 받는 돈의 가치를 자식들에게도 가르치려 했다는 게 롯데그룹 여러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래서인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모두 정중하고 예의바르다고 알려져 있다. 2015년 초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주요 계열사 임원 및 이사직에서 해임된 직후 더벨 취재진이 신동빈 회장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층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곁에는 수행원이 없었다. 호텔 1층 벨보이조차 그가 지나쳐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마치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로 신동빈 회장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더벨 취재진이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 배경 등을 묻자 짤막하게 답하면서도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고 심지어 차량 탑승 전에는 "이제 됐지요?"라고 물으며 취재진의 질문이 끝나기를 기다려 줬다.
신유열씨 역시 이런 부친을 꼭 빼닮았다고 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0년, 신동빈 회장은 7년을 다른 회사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근무했으니 신유열씨 역시 롯데에 들어오려면 아직 한참의 기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주·동빈 형제가 타 그룹 2세들에 비해 늦게 그룹에 합류한 만큼 신유열 씨도 외부 경험을 쌓은 뒤 롯데그룹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국 국적 상실..국적 해결 숙제 남아
신유열 씨가 한국에서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국적문제도 해결이 돼야 한다. 신유열 씨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가 다시 상실해 현재 일본 국적자로 확인됐다. 국적 문제는 롯데가문의 전통적인 문제였고 신유열씨도 국적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그룹이 한국 및 일본 재계를 통틀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었지만 동시에 오너 일가는 늘 국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했다.
국적 문제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가 100% 투자한 기업이다. 롯데호텔을 건립할 당시엔 국내법상 외국인은 49% 이상의 지분 보유가 불가능했다. 경영권 행사도 불가능하다. 상대국의 상황이 이럴 경우 일본 대장성도 신격호의 한국 투자를 승인해줄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문제를 신격호 회장은 해결했다. '재일교포 신격호'가 '대한민국 국민 신격호'에게 경영권을 위임하는 형식이었다. 이 사례 이후 신격호 회장은 일본 롯데 자금으로 한국에 투자하는 데 있어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게 됐다. 일본에 한번도 투자금 회수 목적의 송금을 하지 않고 한국 롯데그룹을 계속 확장해 갈 수 있었다. 신동빈 회장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던 후쿠다 다케오 전 수상이 당시 신격호 회장의 투자를 승인해 줬던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그룹은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곤 했다. 일본에서는 "일본에서 번 돈을 한국에만 쏟아붓고 일본으로 다시 들여오지 않는다"는 비난에 시달린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본화된 인물들이 한국에서 덩치를 키워 일본 배를 불려주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다.
신격호 회장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신격호 회장은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보낼 생각이 없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신유열씨의 부친 신동빈 회장도 국적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는 형(신동주)과 함께 신격호 회장의 첫째 부인인 노순화씨의 아들로 한국 호적에 올라 있다. 태어나자 마자 한국 호적에 올랐고 이중 국적이었다. 그는 1996년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가 바로 다음 해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그는 2014년 11월 스키협회장에 취임했다. 그런데 국적을 문제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과거 한국 국적을 회복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 오해가 풀렸다.
이런 문제는 신유열씨에게도 반복될 전망이다. 일본 국적으로는 한국 롯데그룹에서 신동빈 회장의 뒤를 잇기 어렵다. 국민 정서가 그렇다. 따라서 신유열 씨 역시 롯데그룹에 합류하기 전 국적 문제를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먼 훗날의 얘기다.
신유열 씨가 롯데그룹의 3세들 가운데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변수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특히 정황상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을 물려받는 모양새지만,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인 '광윤사'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판세는 급변할 수 있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지분 27.65%를 보유하고 있다.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만일 이 지분이 신동주 부회장에게 간다면 3세 후계구도 역시 다시 원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2세 후계자를 확정하지도 않은 신격호 회장이 3세 후계자가 누가 될 지 암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전망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또 롯데가(家)는 그간 승계 및 2·3세 경영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해왔다. 신격호 총괄 회장은 타 그룹과 달리 '장자 승계원칙'을 고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딸들에게도 경영기회를 줬다. 딸들 가운데서는 대표적으로 신영자 호텔롯데 사장,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이, 또 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전 대표도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따라서 능력에 따라 여동생들이 후계자로 낙점될 수도 있다.
|
추후 2세 승계 향방에 따라 신유열 씨는 신동주 부회장의 아들인 신정훈(22) 씨, 여동생인 신규미 씨, 신승은 씨와 후계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3세 가운데 아직까지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