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중징계...특별검사에서 징계까지 1년3개월 등급쇼핑 사례 우수수…신평사 소명에도 '무관용'
임정수 기자공개 2015-02-04 10:35:34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2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임직원들이 중징계 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2월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처분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국내 신용평가사 임직원이 중징계를 받는 첫 사례가 된다. 금감원이 특별검사라는 매서운 칼날을 신평사에 드리댄 지 1년 3개월 만이다.◇ 동양사태가 특별검사 촉발…등급쇼핑 사례 '우수수'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신평사에 대한 특별검사를 돌입했다. 동양 사태가 커진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부실 신용평가 문제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당시 신평사들이 동양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제 때 떨어트리지 않아, 이미 부실해진 동양그룹의 자금조달을 도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가열됐다.
동양 계열사 신용등급은 법정관리 신청을 전후로 급격하게 강등됐다. 동양의 신용등급이 BB0에서 D로 곧바로 강등되는가 하면, 동양시멘트는 BBB-에서 D로 떨어졌다. 동양 계열사는 회사 신용도보다 높게 메겨진 신용등급의 회사채와 CP를 계열 증권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개인들에게 판매했다.
검사는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한기평, NICE, 한신평 순으로 진행됐다. 평소보다 많은 7~8명의 검사 인력이 투입됐다. 기간도 2달 이상으로 평소보다 장기로 진행됐다. 일부 신평사에는 불시에 들이닥쳐 개인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압수하는 등 검찰 수사를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하자 감독 당국에 대한 비판도 일었다. 동양 사태의 책임을 신평사에 떠넘기기 위해 무리하게 지나친 검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해 평소보다 많은 인력과 시간을 검사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신평들은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정기평가를 시작으로 기업 신용등급을 한층 더 빠르고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검사 이후 신평사들의 평정 스탠스가 확 달라졌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기업 신용등급에 대한 공격적인 하향 조정 움직임이 면피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검사 과정에서 금감원은 한기평 등 일부 신평사에 평정위원회 구성 등 신용등급 평가 절차를 고치도록 지도하기도 했다. 신용등급 의결 프로세스가 '등급 쇼핑'과 '등급 인플레'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돼 있다는 문제 제기에서였다.
검사에서는 실제 등급쇼핑 사례들이 줄줄이 적발됐다. 기업들이 신평사에 예상 신용등급을 물어, 높은 신용등급을 주기로 한 신평사에 업무를 맡긴 사례가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다. 이 과정에서 신평사들은 사전에 예상 신용등급을 기업에게 흘려주기도 했다. 기업에 미리 신용등급을 알려주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으로 금지된 위법 행위다.
신평사가 좋은 등급을 제시해 신용평가 업무를 따 내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려다가 해당 기업의 요청이나 부탁으로 신용등급 조정을 미뤄준 사례도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발된 사례들 모두 등급 인플레를 유발시킨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신용등급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 사례들"이라고 평가했다.
◇ 제제심 지연 속 징계수위 완화 기대…금감원, 신평사 소명에도 무관용 일관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임직원 중징계, 기관 경징계 방침을 정하고 각 신평사에 징계 수위를 고지했다. 하지만 임직원 중징계 방침이 통보되고 난 후에도 안건은 제제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에 올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10~11월 경에 결론 내기로 했던 제재심은 몇 차례에 걸쳐 계속 연기됐다.
동양증권의 CP와 회사채 불완전판매, ING자산운용의 채권 파킹, 현대증권의 우정사업본부 랩어카운트 불법 운용, NH농협증권의 특정금전신탁 불완전판매 등의 이슈에 순위가 뒤로 밀렸다. 수석부원장 사퇴에 따른 인사 공백도 제재심이 늦어진 배경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신평사 내부에서 징계 수위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들도 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동양 사태 관련 이슈가 수면 아래로 조금씩 가라앉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금감원장이 신평사 검사를 진두 지휘했던 최수현 원장에서 진웅섭 원장으로 바뀐 것도 징계 수위 완화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금감원이 부실 감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위해 무리하게 중징계 카드를 꺼내 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신용평가 문제를 제도 개선이 아닌 임직원 중징계로 마무리하려는 것은 신평사에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여러 논란 속에 금감원은 지난 28일 열린 제재심에서 신평서 징계 수위를 임직원 중징계, 기관 경징계라는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신평사들의 소명은 임원을 제외환 일부 직원의 징계 수위 완화로 마무리됐다. 제재안은 다음달 열릴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신평사 검사에서 드러난 결과를 토대로 금융위원회가 신용평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조만 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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