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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의 ‘황금숲' [thebell note]

길진홍 기자공개 2015-02-10 09:50:08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9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열대성 상록수인 유칼립투스(Eucaluptus)는 내구성이 뛰어나 주로 가구의 재료로 쓰인다. 호주가 원산지로 품종은 600가지가 넘는다. 열대지방에 분포하지만 온도만 맞으면 건조한 사막이나 늪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강우량이 풍부한 곳에서는 생장이 빨라 식재 후 10년이 지나면 벌채할 수 있다.

19세기 유럽인들의 호주 이민 당시 정착을 가로막는 잡목 취급을 받았으나 강인한 생존력과 자원 가치로 수출 주요 상품이 됐다. 유칼립투스 잎에서 짜낸 기름은 약재로 쓰인다. 향수, 비누, 과자 등을 만드는데도 사용된다. 호주의 대표 동물 코알라는 평생 유칼립투스의 늙은 잎만 골라 먹는다.

이처럼 유칼립투스는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등 세계 많은 나라에 퍼졌다. 날로 황폐해지던 브라질 열대림을 되살린 것도 유칼립투스이다.

국내 기업들 중 유칼립투스의 상품성에 주목한 곳은 이건산업이다. 목재를 가공해 건축용 자재를 만들어 판매하는 이건산업은 20여 년 전 솔로몬제도 뉴조지아 섬 2만 6000ha를 불하받아 유칼립투스 데굴룹타(Degulpta)종을 심었다. 지난 2009년에는 13년생 나무를 벌채해 베트남과 중국에 원목을 첫 수출했다. 작년에는 시험 벌채로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건산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원목 생산에 들어간다. 약 12만㎥의 원목을 판매할 계획으로 연간 매출이 12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선적과 운반 등 배송을 비용을 제외하면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이익으로 남는다.

이건산업은 솔로몬제도 조림지에서 앞으로 70여 년간 유칼립투스를 벌채할 수 있다. 일종의 롤오버 방식으로 벌목과 식재를 병행, 사실상 무한정 나무를 내다 팔 수 있다. 최근 국내외 시장의 원목 수요 증가와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환경 규제에 따른 희소성을 생각하면 조림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이득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목재 수요량은 2013년 기준 약 2800만㎥로 안에서 490만㎥를 조달했다. 목재자급률이 17.4%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는 열대림 보호주의 확산으로 목재 생산이 가능한 산림이 줄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과 미국의 주택시장 회복 영향으로 세계 목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야말로 조림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솔로몬제도에서 자란 유칼립투스는 목재시장에서 최고로 친다.

지금은 솔로몬제도 조림사업이 빛을 보게 됐지만 초기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이건산업은 현지에서 천연목 조림과 학교, 병원시설 무상건립 등 사회공헌으로 솔로몬제도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 부지 확보와 묘목 식재, 관리 등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다. 그리고 어린 묘목이 뿌리를 내리고, 어른 나무로 자라는데 까지 이십여 년을 기다려야 했다.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의 뚝심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건산업은 현지에서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클론(Clone)조림에 착수할 계획이다. 클론조림은 우수한 나무의 세포를 대량으로 이식해 복제 나무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품종개량이 이뤄지면 조림목의 상품성은 더욱 높아진다. 솔로몬제도에서 펼치는 이건산업의 꿈은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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