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4월 27일 10: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가 지난해 약가인하 후유증에서 벗어나면서 전반적인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서도 기존 제네릭(복제약) 위주로만 영업하거나 체질개선이 미흡한 일부 중소제약사들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내놨다. 사업전략의 명암이 엇갈리면서 중소제약사들간에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연매출 2000억 원 이하인 국내 상장 제약사 30곳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24개사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흑자전환을 포함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도 18개사에 이른다. 상위제약사에 이어 중소제약사들도 약가인하 후유증에서 빠르게 벗어나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특히 기존 제네릭(복제약) 중심에서 개량신약 위주로 체질개선을 이루거나 특정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등 적극적인 활로를 모색한 중소제약사들의 실적은 큰 개선세를 보였다. 환인제약의 경우 지난해 정신신경치료제를 특화시키며 제한된 영업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 덕분에 15.5%의 외형성장을 일궈냈다. 삼천당제약도 지난 2012년 인공눈물을 제조하는 디에치피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안과용 의약품 사업에 집중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3.8%, 19.3% 늘어났다.


반면 제네릭 위주의 경영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소제약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제네릭 외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못한 삼일제약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주력제품군인 소화기 의약품은 명문제약, 태준제약 등의 시장확대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판관비를 늘리다보니 영업손익이 크게 악화됐다. 2013년 37억 원이었던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48억 원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견본비, 지급수수료 등도 전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났다. 판관비 증가는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영업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위제약사들이 해외사업과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한 탓에 제네릭 영업에 공백이 생겼다"며 "중소제약사들이 대거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자 중소 제네릭업체인 삼일제약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체질개선과 품목발굴에 미흡했던 중소제약사들도 어려운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화장품사업으로 반등을 모색했던 국제약품은 영업망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2008년부터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화장품사업부를 신설해 색조화장품(stila)의 백화점 유통을 시작했지만, 화장품 브랜드숍 간의 경쟁 심화, 매장 확대에 따른 임차료 및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 광고·판촉 등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판관비가 늘어난 탓에 수익성이 악화됐다.


염모제 '세븐에이트'로 유명한 동성제약은 품목발굴과 연구개발을 소홀히 한 탓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효자품목인 세븐에이트, 버블비 등 염모제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에 밀려 매출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매출비중이 48.4%에 달하는 의약품부문에서도 딱히 내세울 만한 품목이 없다. 정장제인 '정로환'이 매출을 이끌고 있지만 성분논란으로 3년 연속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염모제 판매에 치중하면서 후보물질 개발과 신약개발 연구에 거리를 둔 탓에 차기 먹거리가 전무한 상태다. 특히 다른 제약사들처럼 영업망이 탄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미한 제품포트폴리오로 실적 반등을 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소제약사간에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실시되면서 제네릭 위주의 제약사와 품목발굴에 미흡한 제약사들이 성장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 리베이트,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제약사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며 "10년 전 일본의 사례처럼 구조조정을 못하거나 제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제약사들은 조만간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