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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스동서 DR, 해외투자자 외면 배경은 주가 오름세에 투자자 부담...주식 전환 앞둔 CB 매물화 우려

이민재 기자공개 2015-05-08 09:01:56

이 기사는 2015년 05월 06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에스동서가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 계획을 전격적으로 철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측은 주식가치 제고와 주주보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아이에스동서의 높은 주가를 GDR 발행 철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GDR 참여를 주저했다는 설명이다. 해외 투자자 모집을 담당한 UBS는 이같은 이유로 수요예측(북빌딩) 자체를 진행하지 못했다.

아울러 지난해 두 차례 발행한 전환사채(CB)가 곧 주식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GDR 발행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에스동서 1년 주가 추이

◇ 너무 오른 주가...해외투자자 차익 기회 없어졌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달 16일 최대 2억 5000만 달러(약 2700억 원) 규모의 GDR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주관사인 동부증권, UBS증권과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싱가포르와 홍콩, 런던 등을 돌며 수요예측을 위한 로드쇼를 진행했다. 투자자 모집에 성공할 경우 청약을 거쳐 오는 15일 싱가포르 증시에 DR이 상장될 예정이었다.

GDR 발표 당시 제시됐던 모집가액은 공시 전날 종가인 주당 7만6100원이었다. 이는 신고서 제출에 필요한 참고 금액일 뿐 실제 발행가액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기업이 유상증자에 나서면 주당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GDR의 경우 유상증자보다 할인율이 낮아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적은 편이지만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지난해 GDR을 발행했던 한화케미칼 역시 GDR 결의 후 주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아이에스동서의 주가는 GDR 발표 이후 오히려 오름세를 지속했다. 발표 직후인 지난달 17일 장중 52주 최고가인 8만 5000원까지 오른뒤 8만 4000원으로 마감했고, 다음날에는 8만 4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로드쇼 기간 중 주가가 소폭 조정됐지만 줄곧 8만원 선을 유지했다.

IB업계 관계자는 "1분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과 증자 대금이 성장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주가 상승은 반길만한 일이 아니다. 해당 주식을 사더라도 원주로 전환한 후 차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자자 모집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은 GDR 발행 기업에게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UBS는 로드쇼 기간 중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수요예측 직전 발행사측에 딜 중단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격히 오르자 부담을 느낀 해외 투자자들이 많았다"며 "할인율을 대폭 높여 투자자를 모집할 수도 있었지만 기존 주주들의 반발과 매도 주문 급증에 따른 주가 급락이 예상돼 회사측에서 발행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않다"고 설명했다.

◇ 주식 전환 앞둔 전환사채, 투자자 부담 키워...

아이에스동서가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도 이번 GDR 발행 철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4월과 8월 각각 400억 원과 330억 원 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했다. 전환가액은 4월 발행분이 2만 2913원, 8월분이 3만 4380원이다. 이들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신주 물량은 약 271만 주로, 지분율로는 약 9.6%(발행 후 기준)에 해당한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CB 투자자들이 잇따라 주식전환에 나서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발행한 CB의 경우 오늘(6일)까지 총 152만 7509주, 금액 기준으로 약 350억 원의 물량에 대한 전환신청이 이뤄졌다. 전체 발행규모(174만 5733주)의 약 88% 수준이다. 최근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남은 전환사채들도 대부분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GDR 추진에 따른 신주 발행과 CB의 주식전환이 겹칠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에스동서의 경우 일 평균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 하락 시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주관사 관계자는 "상당수 CB 물량이 공매도를 통해 시장에 풀려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큰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최근 주가가 너무 오르자 투자자들은 업사이드보다 다운사이드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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