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D&D 공모가, 결국 오너 지분의 힘? 기관투자자,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 가능성에 베팅
정아람 기자공개 2015-06-16 09:40: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2일 1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 D&D가 부동산 시행사(디벨로퍼)라는 업종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모 청약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해 주목을 받고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의 경우 워낙 실적 변동성이 크고 국내 상장된 사례가 없어 IPO준비 단계부터 투자자 모집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려되던 상황이다.업계에서는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SK D&D 지분이 향후 그룹 지배 구조 개편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면서 투심을 끌어올리는 데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SDS,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공모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 점도 의사 결정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SK D&D는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거래소 상장을 위한 일반공모 청약을 실시했다. 그 결과 574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4조 4096억 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았다. SK D&D는 지난 4~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단순경쟁률 570대 1을 기록했다.
회사가 제시한 희망공모밴드는 2만 200원~2만 4300원이었으나, 참여기관 중 64.4%가 상단을 넘긴 2만 6000원보다 높은 공모가를 써냈다.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기관(확정공모가액으로 참여한 것으로 간주)도 33.5%에 달했다. 국내 부동산 시행사로는 첫 상장 케이스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이를 불식시키는 결과였다.
사실 디벨로퍼 사업 특성상 한두개 대형 사업 실적에 따라 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SK D&D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37% 급증한 191억 원을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당산동 SK센터 분양수입(703억 원), 수송동 수송타워 분양수입(667억 원) 두 건의 실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희망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었던 정보가 극히 한정돼 있었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SK D&D는 일본 토픽스에 상장된 헤이와부동산, 케이한신 빌딩(Keihanshin Building), 에어포트 퍼실리티(Airport Facilities) 3개사 주가를 비교군으로 삼아 주가수익비율(PER) 14.37배를 산출했다. 여기에 18.48~32.31%의 할인율을 적용해 2만 200~2만 4300원의 밴드를 결정했다.
회사는 국내에 상장 디벨로퍼가 없어 불가피하게 일본 기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PER 비교기간인 2014년 1월 2일부터 2015년 3월 31일까지 토픽스지수는 1302.29에서 1543.11로 18.5% 가량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1967.19에서 2041.03으로 3.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PER가 별도의 변환 없이 단순 적용되면서 두 시장 간의 차이점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 '지배구조 수혜주'라는 모멘텀이 공모 흥행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SK D&D는 최창원 부회장→SK케미칼→SK가스→SK D&D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최하단에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SK케미칼 지분(13.17%)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SK D&D 지분도 30.16%를 갖고 있다. SK케미칼 지분이 충분치 않은 만큼 SK D&D지분을 매각해 SK케미칼 주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번 구주매출 대상에 최 부회장의 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향후 SK D&D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심을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실 일본 피어그룹 주가를 자세히 들여다본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나, 기관 IR 당시에도 비교주가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며 "기업 자체로도 성장성이 크다고 보지만, 동시에 지배구조 수혜주로서 접근한 측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SK D&D는 향후 2년 6개월 간 현금흐름과 수주가 확보돼 있어 실적 리스크가 크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증가→주가 상승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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