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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ISS, 자가당착 논리로 '망신' '삼성물산 저평가' 강조하며 'KCC 자사주 고가매입' 지적… 법원,"모순된 주장"

정호창 기자공개 2015-07-09 10:19: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8일 11: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적 논리와 주장을 내세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소송에서 쟁점에 따라 입장을 달리 하다 재판부로부터 '모순된 주장'이란 지적을 받는 등 체면을 크게 구겼다.

8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KCC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7일 각하·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엘리엇이 주장한 6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전부패소 결정을 내리고 KCC가 삼성물산이 보유 중이던 자사주 5.76%를 인수해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엘리엇이 "KCC가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인 주당 5만 5767원보다 고가인 7만 5000원에 삼성물산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은 KCC와 그 주주들에게 손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엘리엇의 이 같은 주장은 삼성물산 공정가치가 주당 10만 597원 내지 11만 4134원이라는 엘리엇 자신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쟁점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엘리엇의 태도에 법원이 일침을 가한 셈이다.

엘리엇이 앞서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도 모순된 행동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엘리엇은 상법상 지분율 3% 이상 주주에게 부여된 '주주제안권'을 활용해 현물배당과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안건을 오는 17일 열릴 임시주총에 상정할 것을 삼성물산 이사회에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내부 논의를 통해 일부 위법의 소지가 있음에도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해 정관 개정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정작 주주제안 당사자인 엘리엇은 법원에 삼성물산이 주총을 열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상급법원에 즉시항고 절차를 밟는 등 주총 개최를 막기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총 개최를 반대하면서 주총 안건은 왜 제안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엘리엇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보고서도 모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조건이 국내 법과 규정에 적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법이 허용하지 않는 자산기준 비율을 제시하며 '합병 반대'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ISS는 지난 3일 내놓은 삼성물산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합병 비율은 일정 기간의 주식 매매 가격을 기초로 법적으로 정해지며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이번 합병을 미국과 같은 다른 국가나 시장에서 이뤄지는 관행과 비교하는 것은 마치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며 국가간 규정과 제도의 차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ISS의 이런 관점은 엘리엇이 미국식 기준과 맞지 않다며 이번 합병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국내 법과 규정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비해 훨씬 유연한 시각이다. 하지만 ISS 역시 결과적으론 엘리엇과 유사한 미국식 논리와 근거로 합병안에 반대의사를 제시하는 자가당착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ISS는 이번 합병이 "한국의 관련 규정상 적법하다"면서도 "SOTP(가치합산모형)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제일모직은 합병 발표 전 순자산가치(NAV)에 비해 40% 할증돼 거래됐고, 삼성물산은 약 50% 할인 적용을 받았기에 합병비율이 현재 제시된 0.35배가 아닌 0.95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보고서 곳곳에 오류가 많다"며 "ISS의 권위를 갉아먹는 비합리적 보고서"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과대평가하고 제일모직 가치는 과소평가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적정가치를 상장 이래 한 번도 도달한 적 없는 11만 234원과 11만 5665원으로 제시한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규정상 이번 합병조건이 적법하다는 의견을 적시하면서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비율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스스로 미국과 한국시장의 관행을 비교하는 것은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말해놓고 오렌지를 분석하는 잣대로 사과를 들여다보는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ISS가 이번 합병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려면 자산기준 분석이 아니라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주가는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한 인위적 노력이나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 근거를 제시했어야 한다"며 "국내 법이 허용하지 않는 자산 기준 비율을 제시하며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건 사실상 삼성물산에 불법을 종용하는 셈인데, 이는 글로벌 자문사로서 유지해 온 그간의 권위와 명예를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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