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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 엘리엇, 다음 카드는 소송전 본격화 예상…지분 추가매입·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 낮아

정호창 기자공개 2015-07-17 16:13:05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7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줄기차게 합병 반대를 주장해 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소송전을 본격화하는 방식으로 삼성그룹에 대한 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총에서 패배한 엘리엇이 가장 먼저 꺼내들 카드는 '주총결의 무효' 본안소송이 될 것이란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엘리엇이 주총 전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던 점과 1심과 2심에서 해당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받고 나서도 끝까지 대법원에 항고한 점에 비춰볼 때 주총결의 무효를 요청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주총 전날인 16일 항고심 기각 판결을 받은 후 실익이 전혀 없음에도 대법원에 재항고를 진행한 것은 본안소송을 염두에 둔 조치로 봐야 한다"며 "대법원 판단을 받아본 후 유리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적극 활용하고, 불리한 부분은 논리를 보강하거나 소송 전략을 바꾸는 식으로 재항고 결과를 본안소송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 주주인 삼성SDI와 삼성화재 이사진들의 배임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조건이 불리한데도 삼성물산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삼성SDI와 삼성화재 주주로서 이사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 7.12%를 취득한 후 삼성SDI와 삼성화재 주식 매입에도 나서 현재 두 회사 지분을 각각 1% 가량 보유하고 있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해외에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를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현실성이 낮은 관측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법이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 전 만들어진데다 이번 사안이 민간기업의 합병 문제이기에 ISD 제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엘리엇 관계자 역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ISD 제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발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5만 7234원으로 낮은 편이라 엘리엇 입장에선 주식매수를 청구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 엘리엇의 보유지분이 7.12%에서 2.05%로 크게 낮아진다는 점 때문에 향후 엘리엇이 제일모직이나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엇이 향후에도 삼성그룹을 계속 괴롭히기 위해서는 3% 이상의 지분을 확대해 '소수주주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되어야만 △임시주주총회 소집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열람권 △검사인 선임 청구권 등의 권한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주식 추가 매입을 통한 장기전에 나설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미 삼성그룹에 1조 원 가량을 투자한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지분율이 3%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가 기업 경영진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파생상품 거래에 능한 헤지펀드의 특성상 공매도 등을 활용해 엘리엇이 이미 상당한 이익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어 무리하게 추가 투자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소송 등으로 잡음을 일으키며 주가 상승을 유도한 뒤 지분을 처분해 수익을 챙기거나, 경영진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회사에 지분거래를 요구하는 방법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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