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일본 롯데 경영진과 빅딜 있었나 [롯데 왕자의 난]'포스트 신격호=신동빈' 암묵적 동의…이사회 '버팀목'
길진홍 기자공개 2015-07-31 18:25: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31일 1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이 '치킨런 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에 체류 중인 신동주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을 미루면서 기대를 모았던 가족회의는 반쪽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이번 분쟁의 중요한 이해 당사지인 신동빈 회장이 빠지면서 ‘신동빈 대 反 신동빈' 구도로 갈등이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진 신선호 산사스 사장까지 입국하면서 신동빈 회장이 가족들로부터 소외되는 양상이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 체류가 길어지는 이유는 현지 수습에 당초보다 많은 시일이 걸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는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도 된다. 당분간 지지 기반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다독이고, 주주총회 등을 대비해 우호세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가족 내부 기류가 신동주 전 부회장 쪽으로 치우치면서 일본 지지 기반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가족간 '신동빈 축출'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이사회와 주주들을 등에 업고 있는 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롯데홀딩스 이사와 주주들은 신 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버팀목이다.
신동빈 회장은 어떻게 이처럼 이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표면적으로는 그가 수년에 걸쳐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츠쿠다 다카유키(CEO)와 고바야시 마사모토 (CFO), 카와이 카츠미(CMO) 아라카와 나오유키와 고초 에이이치 등은 모두 신동빈 회장 측근들로 구분된다.
그들은 올초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 대표이사로 추대한데 이어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시켰다. 츠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중심으로 기존 이사진이 신동빈 회장 측으로 돌아선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을 따르던 측근들이 지위를 상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동빈 회장의 화려한 혼맥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귀족 가문 출신인 다이세이건설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차녀를 부인으로 맞이하면서 정재계에 손길을 뻗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짚고 넘기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일본에서 활동 기간으로 따지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훨씬 앞선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987년 일본 롯데상사 미국지사장으로 입사한 뒤 줄곧 일본 롯데그룹을 도맡았다. 일본 롯데 입사 22년 만인 2009년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취임하는 등 28년간 일본 롯데를 이끌어 왔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지만 1994년 코리아세븐 상무로 발령나면서 한국 롯데그룹 경영을 본격적으로 도맡았다. 일본 현지 업력으로 따지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 장악은 한일 롯데그룹 내부의 복잡한 역학 관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1960년대 한국에 진출한 롯데는 고도 성장기를 거쳐 2013년 매출 83조 3000억 원의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일본 롯데는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한국 롯데에 밀리기 시작했다. 한국 롯데와 자산과 매출 격차가 15배가랑 벌어진다.
한국 롯데의 모태이면서 지배회사인데도, 당분간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 투톱 체제는 롯데그룹의 분리를 의미한다. 한국 롯데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국과 끈을 잇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한국 롯데를 쥐고 있는 신동빈 회장을 낙점하는 게 이득이다.
반면 한국 기반이 없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내세울 경우 원톱 체제의 한일 롯데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신동빈 회장의 한일 공동경영 체제가 굳어질 경우 한국 롯데를 지속적으로 귀속화할 수 있다. 롯데그룹 1인자를 꿈꾸는 동생 신동빈 회장의 요구와 이 같은 일본 경영진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결속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츠쿠타 다카유키 사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 이사진은 포스트 신격호 시대의 한국 롯데를 장악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신동빈 회장의 한국 롯데그룹 영향력이 확대된 수년 전부터 롯데칠성 등 계열사 소유의 부동산 매각 차익이 일본 롯데로 흘러들어갔다. 당시 일본 현지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물밑에서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장기적으로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 대표이사 권한을 갖더라도 실질 경영은 츠쿠타 다카유키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 롯데 고위 임원의 인터뷰는 의미하는 게 적지 않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해임 당시 일본 롯데 한 임원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는 츠쿠타 다카유키 사장을 중심으로 계속 경영을 맡고, 아키오(신동빈) 씨가 대한민국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지원 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 중 사업 교류가 거의 전무 하지만 앞으로는 더 친밀하 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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