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L' 투자회사들, 신격호 차명회사 가능성 [롯데 왕자의 난]SPC 추정되나 실체 불분명
장지현 기자공개 2015-08-04 16:39:15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4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의 지분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나 영어 알파벳 '엘(L)' 자(字)로 시작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던 11곳의 투자회사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투자회사들은 회사명에 일련번호를 붙여 L제1투자회사부터 L제12투자회사까지 있다. L제3투자회사만이 호텔롯데 주주명단에서 빠져 있다.롯데그룹 내부에서도 2~3명의 극히 일부만 정체를 알 정도로 베일에 쌓여있는 이 회사의 정체가 새삼 관심을 끈데는 신 총괄회장과 그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간 경영권 다툼에서 이들 회사가 전세를 바꿀 파괴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특수목적회사(SPC)로 추정되는 이들 투자회사가 롯데홀딩스의 지배하에 있지 않고 신 총괄회장의 직접 지배력 아래 있다면 한국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결과와 별개로 신 회장이 아닌, 신 총괄회장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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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투자회사'들은 그 정체를 세상에 드러난 적은 아직 없다. 호텔롯데는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각종 보고서에서 'L제1투자회사~L제12투자회사(L제3투자회사 제외),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일본패미리' 등이 호텔롯데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호텔롯데는 한국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 기업으로, 호텔롯데를 지배하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과거 한차례 L투자회사 중 L제2투자회사의 현황이 간략하나마 공개된 적이 있다.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의 지적과 금융감독원의 요구로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7월 최대주주(34.92%)인 'L제2투자회사'가 "일본국 동경도 시부야쿠 하츠다이2-25-31에 소재하며 그룹의 경영효율화를 위하여 실시한 기업재편시, 과자판매업을 영위하여 오던 주식회사 롯데상사로부터 분리된 투자부문으로 설립된 회사"라고 밝혔다. 롯데알미늄은 그 이후부터 정기보고서(분기, 반기, 사업)에서 최대주주 현황을 이렇게 간략하나마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L제2투자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회사들의 정체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L제2투자회사 역시 롯데상사에서 분리된 투자사업회사라고만 알려졌을 뿐 이 회사를 누가 지배하고 실제 소유주는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베일에 쌓인 'L투자회사'가 신 총괄회장의 차명회사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 주요주주들은 'L'로 시작되는 투자회사들인데 일부가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을 회사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이 회사들의 지분을 신 총괄회장이 조금씩 매입해 왔다는 말을 들었고,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차명으로 소유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롯데그룹 다른 관계자도 이런 추측에 대해 "어떤 가능성도 해 볼 수 있다"며 "그건 이들 회사가 누구 소유인지 그룹 내부 극소수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심 측근도 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고 신 총괄회장만이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L투자회사'들이 신 총괄회장의 차명 회사 또는 신 총괄회장의 직접 지배하에 있는 기업들이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간 경영권 다툼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신 회장은 현재 일본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해야 일본 뿐 아니라 한국 롯데그룹도 장악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더라도 호텔롯데가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다면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지만 단일 최대주주일 뿐이다. 나머지 L투자회사들의 지분율은 72%가 넘는다. 호텔롯데를 장악하면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주총회를 소집하거나, 주식을 신동주 전 부회장 등 '反 신동빈파'에 넘길 경우 전세가 뒤집힐 수 있다.
롯데그룹 핵심 관계자는 "향후 대권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돌발변수가 터질 경우 천하가 바뀔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내부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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