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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숍' IPO, 여성 뱅커의 힘 [thebell interview]김경미 KDB대우증권 커버리지본부 IPO부 팀장

신민규 기자공개 2015-08-12 09:40: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0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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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김경미 KDB대우증권 커버리지본부 기업공개(IPO)부 차장(사진)은 토니모리 가맹점을 지나다가 특이한 화장품 용기 디자인에 발을 멈췄다. 토마토 모양의 마스크팩, 입술 모양의 립밤, 바나나 모양의 슬리핑팩 등 아이들 장난감처럼 생긴 물건들이 김 차장의 눈길을 잡았다.

당시는 토니모리를 포함한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후발주자로 막 뛰어들던 시기였다. 브랜드숍 1군은 더페이스샵, 에이블씨엔씨, 에뛰드 등이 이미 형성하고 있었다. 스킨푸드는 2004년 설립돼 2군으로 도약하고 있었다. 이니스프리와 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 설립 준비단계였다. 토니모리와 잇츠스킨은 설립 3년차, 3군 정도로 아직 '잠룡'에 속했다.

직업인의 특성이 발휘됐다. 여성이지만 화장품 자체의 기능보다는 상장 가능성에 관심이 생겼다. 김 차장은 화장품 브랜드숍 후발주자들 중에서 기업공개(IPO)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형 전문점이나 백화점에서의 화장품 매출이 점차 줄고 '원 브랜드숍'으로 통칭되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채널에서 생존한 기업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첫 타깃으로 설정한 토니모리의 재무제표는 기대 이하였다. 자본잠식 상태에다가 매출이 200억 원대에 불과했다. 큰 기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특이한 용기디자인과 가맹점 직원들의 우호적인 반응에서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김 차장은 대우증권 해외사업추진부에서 크로스보더 딜을 담당하다가 IPO부로 옮겨왔던 터라 국내 IPO딜을 찾아야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2002년 우리투자증권에서 5년 넘게 IB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지만 2008년부터는 대우증권에서 해외 크로스보더 딜을 맡았다.

그해 대방역 토니모리 본사를 찾았다. 첫 방문은 토니모리 입장에서도 신선했다. 토니모리의 첫 증권사 손님이 김경미 차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김 차장의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10년 매출액이 567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 것. 영업이익도 24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가맹점은 200개로 전년대비 두배이상 늘었다.

김 차장도 이때부터 본격적인 화장품 공부에 들어갔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소비재 위주의 딜을 선호하는 성격대로 실제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판단했다. 김 차장의 화장대도 점차 다른 모습을 갖췄다. 브랜드숍을 알기 전까지 김 차장의 화장대는 고가 국내 화장품과 수입 화장품이 주류를 이뤘다. 차츰 중저가 브랜드숍 제품들도 화장대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원료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 어떤 원료를 사용하는 지가 제품의 신뢰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광물성오일, 벤조페논, TEA인공색소, 프탈레이트, 파라벤, 포물라와 같은 물질이 첨가돼 있으면 좋은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2013년부터 다른 증권사들도 성장세를 눈치채고 영업에 나섰다. 김 차장도 분주히 움직였다. 1년에 한번 하던 밸류에이션 자료를 반기별로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토니모리가 IPO에 선뜻 나선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 매출의 성장세가 높아 자금조달 수요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2014년 기준 토니모리의 면세점 매출과 수출 비중은 각각 12%,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78%의 매출은 직영점과 가맹점, 유통매장에서 나왔다.

김 차장은 "당시 중국 진출을 설득하면 자금조달 수요가 생기고 자연히 IPO로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M&A부서와 북경 현지법인의 도움을 받아 중국 파트너와 접촉을 주선하는 등 IPO부서 외에도 회사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상장을 구애한지 6년째. 토니모리는 2014년 하반기 중국 진출을 결심하고 상장 결단을 내렸다. 대표주관사는 대우증권으로 정했다. 그해 김 차장이 팀장으로 진급했으니 승진 선물이기도 했다. 김 팀장은 주관사 선정 후에도 IB업계 처음으로 상하이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등 공모청약까지 공을 들였다.

토니모리 이후 대우증권은 올해 화장품 기업 IPO를 주도하고 있다. 잇츠스킨, 클레어스코리아, SD생명공학을 비롯해 화장품 용기제조업체인 연우까지 대표주관을 대우증권으로 선정했다. 김 팀장이 일찌감치 화장품 기업에 관심을 기울인 영향이 컸다.

김 팀장은 "화장품을 직접 사용하는 여성으로서 토니모리 IPO는 가장 편하고 재미있게 한 딜이었다"며 "올해 하반기 대어급 화장품 기업이 추가로 등장해 IPO 열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KDB대우증권 IPO부 팀장 주요 약력

△ 1999. 02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2001. 08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졸업
△ 2001.05 한국증권업협회 코스닥위원회
△ 2002.07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 2008.08 KDB대우증권 해외사업추진부
△ 2009.06 KDB대우증권 IPO부/기업금융2부
△ KDB대우증권 IPO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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