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창업가, 그들이 벤처 미래를 책임진다 정주영청년창업경진대회 6개월 여정 마무리..."생각 공유하고 조언통해 발전"
현대준 기자공개 2015-08-31 09:29:56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8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위가 한 풀 꺾인 선선해진 날씨였지만 이 곳 만큼은 아직도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제4회 정주영창업경진대회가 진행된 아산나눔재단의 창업지원공간 MARU180(마루180).지난 26일 진행된 정주영창업경진대회 결선에서 예비 청년창업가들은 자신들의 창업 계획을 뽐내며 벤처 시장의 미래를 밝혔다.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참가자들이 발표를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자신이 준비한 것을 조금이라도 놓칠까봐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는 참가자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마루180은 지난해 아산나눔재단이 '젊은 이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모토로 문을 열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강단에는 창업경진대회에 총기어린 젊은 창업자들로 북적였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건물을 둘러보니 위층에서는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아랫층과는 달리 위층에서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안이 환히 들여다 보이는 유리벽을 통해서도 느껴질만큼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결선이 이뤄진 마루180의 지하공간은 주차장 같이 선이 그어진 바닥에 회색빛 타일로 덮여진 벽이 에워싸고 있는 다소 차가워 보일수도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열기는 이 공간을 달아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벤처와 창업에 대한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하공간 안에 빽빽하게 들어선 의자들은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찼다. 관중들은 그저 발표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앉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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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창업가와 개인사업가들이 구성한 여덟 개 팀이 결선에 올랐다. 각 팀들은 공들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자신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바짝 긴장한 채 애써 떨림을 누르는 8명의 발표자는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박지환 케이벤처그룹 CEO·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파트너·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등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앞에 차례대로 섰다.
각 팀의 리더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아이템에 대한 각종 실험결과와 도표들이 포함된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참가자들의 미숙하지만 열정적인 모습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결선에 남아있는 팀들은 열정뿐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실력도 갖추고 있었다. 예비창업자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은 발표들이 이어졌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발표자들은 마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듯 헤드셋 마이크를 끼고 자연스럽게 발표를 이어갔다.
열정적인 발표 뒤에는 심사위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고,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마주친 참가자들은 짐짓 당황하면서도 짧은 시간 동안의 생각 뒤에 대답을 이어갔다. 날카로운 질문을 받은 한 팀의 대표는 깊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치매환자를 위한 성인용 기저귀를 창업아이템으로 제시한 '실버드' 팀에게 기저귀 제작 여부와 예상 판매루트를 꼼꼼히 물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들은 단순한 평가가 아닌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었다. 심사위원들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아끼는 후배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이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 주며 후배들의 창업 아이템을 개선시키려는 심사위원들이 시도가 돋보였다.
벤처 업계의 선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정주영창업경진대회 결선의 백미. 발표자들은 큰 무대와 업계 선배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논리정연하게 이어갔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충실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자신들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막힘없이 발표했다. 자리를 가득 채운 관객들도 발표자들의 프레젠테이션에 공감하고 호응하면서 청년 창업이라는 주제 아래 하나로 뭉쳤다.
39세 미만의 젊은 나이의 참가자들로 이뤄진 만큼 이날 진행된 창업 프레젠테이션은 창의적이고 도전정신이 넘쳐났다. 대부분의 참가팀들이 기존 상품들을 모바일로 넘어가는 새로운 플랫폼에 적용시켜 발전시킨 모습은 주목할만했다. 예비창업자들은 시장의 트렌드를 확실히 인지하고 이를 주도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이 처음과 비교했을 때 6개월 만에 몰라볼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6개월 동안의 과정에 대해 한 참가자는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고 경험을 쌓은 것 만으로도 큰 자산"이라며 "수상을 하지 못 해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벤처가 도전을 의미하는 만큼 이런 기회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는 것이다.
정주영창업경진대회의 최종우승은 정거장 없는 공유자전거 시스템을 주제로 발표를 한 바이써클(BiCircle)에게로 돌아갔다. 이 날 수상식에서는 장려상 4팀과 우수상 2팀을 우선 호명한 뒤 상을 수여했다. 최우수상과 대상만이 남아있는 순간. 남은 두 팀의 리더들은 무대 앞에 나와 결과를 기다렸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던진 사회자의 가벼운 질문에 두 팀 리더들은 넉살좋게 대답을 하며 청중의 웃음도 유도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우승은 한 팀이었지만 젊은 예비창업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뜻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김호민 스파크랩 대표는 "쉬운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창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실패와 성공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업에 대해서 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정진하라는 김 대표의 따뜻한 조언이었다.
이 날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수상은 의미 없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참가자들과 관계자들은 지난 6개월 동안 함께 지내면서 끈끈하게 뭉쳤다는 걸 보여주듯 서로에게 축하의 말과 인사를 나눴다. 일부 참가자들은 눈물까지 보이면서 이번 경진대회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조언을 해줬기 때문에 발전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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