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9월 16일 07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약 원제(원재료)가 수입산이면 완제품을 수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다국적 기업들이 지적재산권(IP)을 독차지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국내 작물보호 시장에선 부동의 1위인 동부팜한농이 그간 해외에 명함을 못 내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자재를 주로 밖에서 들여와 농약을 만들다 보니 다른 나라에는 팔 수 없었던 것이다.이런 팜한농에게 올 들어 자랑할 만한 일이 생겼다. 10년의 노력 끝에 신물질 제초제 자체 개발에 성공, 비로소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트게 된 것. 그 야심작이 '테라도(Terrad'or)'다. 오는 2017년 국내에 출시되고, 2019년부터는 미국을 기점으로 해외 판로가 개척될 전망이다. 이미 상당 수 국가에서 특허 등록도 마쳤다.
길게 보면 이제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제를 독점하고 있는 바스프(BASF)나 듀폰(DuPont)의 아성에 도전하려면 테라도와 같은 원천기술이 더 많이 확보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동부팜한농 매각은 단순히 동부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누구 품에 안기느냐'가 팜한농의 해외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국내에서 동부팜한농을 빼고 원제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회사가 있다. 바로 LG(생명과학)다. 제품군이 한정돼 있기는 이 쪽도 마찬가지지만 둘을 합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LG가 보유한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력으로 팜한농의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끌어 올려주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주채권은행이자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 투자금 회수를 노리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내심 LG가 인수해 주길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LG쯤 되면 차입금 상환분까지 포함해 통 크게 지를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마침 이틀 전 동부팜한농 매각 예비입찰에 LG화학이 참여했다. 응찰 열기가 아주 뜨거웠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LG화학 외에 한두 곳 정도 더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파는 쪽에서 다행스런 점은 LG의 대항마로 CJ(제일제당)가 들어와 줬다는 것이다. 두 후보 모두 인수 의지가 강하다면 CJ는 LG가 긴장해야 할 경쟁자다. 본입찰에서 둘이 세게 맞붙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매각자 입장에서 가격 협상력을 제고할 일말의 여지는 생긴 셈이다. 거래 성사에 크게 부정적이라 할 요소는 아직 없어 보인다.
재무상태 악화로 매물이 된 동부팜한농이 주인 잘 만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희망도 품게 된 것이다. 앞서 나가는 느낌도 있지만, 드라마틱한 반전이 불가능한 얘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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