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첫 채권, 미즈호 업고 AAA급 대우 단기 위주 전략 수정, 장기조달 신호탄?…일본계 여신성 지원 한계
황철 기자공개 2015-09-30 06:30: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24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리아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첫 조달에 나섰다. 기업어음 등 단기자금 일변도의 전략을 버리고 장기 시장성 조달의 포문을 열었다.설립 후 첫 회사채 발행, 미즈호은행 지원 재개, AAA급을 압도하는 저금리 조달 등 핫(hot)한 이슈거리를 제공한 딜로도 기억할 만하다.
그러나 사모사채가 갖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일본계 자금에 의지한 사실상의 여신성 조달로 국내 자본시장과의 소통 부재의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다만 국내 DCM에서 장기 시장성 조달에 시동을 걸며 공모채 발행의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기업공개(IPO)까지 추진하면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우량 대기업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
◇ 3년물 금리 1.85%, AAA급 중 특급 대우..발전 공기업 수준
롯데리아는 23일 사모사채 시장에서 3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만기 3년물로 금리는 1.85%에 불과했다. 발행 전일 최우량 신용도인 AAA급 기준 민평 1.89%(KIS채권평가)보다도 4bp나 낮은 수준이다.
AAA급 회사채 중 최고 대접을 받는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의 개별 민평(1.85%)와 같은 수준이다. 롯데리아는 그간 공모 회사채 발행이 없어 현재 유효한 장기 신용등급이 없다. 2011년 사모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당시 받은 AA- 신용등급이 지난해 6월로 소멸했다.
이후 1년여 동안 신용도에 큰 변화가 있을 만한 사건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등급을 의뢰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3노치나 높은 신용등급, 그것도 최우량 등급으로서의 특수성을 갖는 AAA을 압도하는 금리로 조달을 성사한 셈이다.
롯데리아의 초저금리 조달은 든든한 일본계 자금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이번 채권은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하고 미즈호은행이 단독으로 인수했다. 미즈호은행은 롯데그룹 계열사 채권의 최대 투자자 중 하나다. 그동안 공모채, 사모채 할 것 없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왔다.
특히 호텔롯데, 롯데쇼핑, 부산롯데호텔 등 그룹 주력사의 채권을 저금리로 인수해 왔다. 하지만 최근 롯데그룹 '왕자의 난'이 벌어지자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롯데쇼핑이 7월31일 1100억원에 달하는 사모채를 찍을 때도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모든 물량을 인수했다.
이번 사모채는 그룹 사태를 일단락한 후 롯데 계열이 발행하는 첫 비금융 채권이기도 하다. 미즈호은행이 한국과 일본의 부정적 여론을 뒤로 하고 롯데그룹에 대한 지원을 재개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 사모채, 공모채 발행 징검다리 역할하나
이번 사모채가 롯데리아 차입 전략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리아는 그동안 국내에서 한 달 이내의 초단기 기업어음으로만 시장성 조달을 집행해 왔다.
하지만 수 년간 국내외 투자가 늘면서 장기 자금 조달 필요성도 커졌다. 지난달 8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만기 1년에 이르는 기업어음을 발행했던 것도 이 때문. 한계는 있지만 이번 채권을 시작으로 IB와의 관계 정립 등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향후 기업공개(IPO) 등을 추진하며 시장참가자와의 교류와 소통에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차입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주로 일본계은행을 상대하다 보니 국내 자본시장과의 소통이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내외 투자로 자금수요가 많아 장기 시장성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 계열사 전반이 국내 시장에서 활발할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리아는 지난 2011년 국내에서 첫 공모채 발행을 추진하다 금리 등 조건이 기대치에 미치지 않자 사무라이본드로 전환했던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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