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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굴레에서 벗어나라 [thebell note]

이승우 기자공개 2015-10-06 09:00:3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30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은 자산관리 시장의 필수 아이템이다. ELS 단품 뿐 아니라 ELS 변액보험 그리고 ELS펀드, ELS신탁 등 증권사에서 발행된 ELS가 진화를 거듭하며 전체 금융권의 먹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금융위기 이전 10조원대에 불과하던 ELS의 발행 규모가 최근 60조원에 달하게 됐다. 이는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와 맞먹는 규모다.

수많은 금융상품중 하나인 ELS가 어떻게 이렇게 커졌을까.

첫째 국내 자산관리 시장이 커지면서 ELS 발행도 덩달아 늘어났다. 브로커리지 혹은 투자은행(IB) 업무로 돈을 벌겠다던 국내 금융회사들이 지난 몇 년 사이 사업 체질을 자산관리 사업 쪽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 자산관리 상품으로 고수익 주식에 투자하지만 리스크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는 ELS는 고객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으로 충분했다. 증권사는 물론이고 은행은 PB센터와 일반 지점을 통해 ELS가 무차별적으로 팔렸다. 특히 고객 기반이 넓고 다양한 은행에서 매주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ELS를 신탁상품으로 만들어 팔면서 ELS의 덩치는 더 커졌다.

둘째 ELS의 구조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ELS는 공인된 지수를 기반으로 가격을 정하다 보니 손익구조가 확실하다. 기초지수가 정확히 몇 프로 하락하거나 혹은 하락하지 않으면 얼마의 수익을 받는지 명확하다. 가격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줬다.

셋째 국내 금융사들이 자산관리 상품으로 내놨던 금융 상품들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ELS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되는 상품을 새로 내놓기 보다는 이미 잘되고 있는 ELS를 계속 내놓다 보니 규모가 너무 커졌다. 대안 부족은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짧고도 얕은 역사 때문일 것이다. ELS 대안이 될 수 있었던 브라질 국채와 해외펀드는 물론이고 국내 주식형 펀드는 고객 불신을 더욱 키웠다. 자산관리 시장의 기본이 돼야 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는 비합리적인 수수료, 높은 회전율, 잦은 매니저 교체와 소규모 펀드 양산 등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ELS 규모가 국내 금융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양도 많아졌고 질도 안 좋아졌다.

은행처럼 예금을 받지 못하는 증권사에게 ELS는 고객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ELS를 발행해 고객에게 일정 이익을 돌려주고 나머지는 증권사 스스로 자금을 운용해 이윤을 남긴다. 자금 운용의 핵심 자산이 바로 채권이다. 수년간 채권 금리 하락으로 증권사들이 큰 이익을 본 게 바로 ELS 증가와 맥을 같이 한다. 증권사는 ELS 판매 수수료와 운용 자산 양방향에서 이익을 남겼다.

그런데 금융감독당국이 ELS에 제동을 걸었다. 증권사 입장에서 큰 돈벌이를 그만 하라니 울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독당국의 조치에 대해 '시의적절했다'며 극찬하고 있다. 채권금리 하락 추세가 얼마 남지 않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증권사 그리고 은행 모두를 살린 대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추세로 돌아서면 그동안과 정반대로 ELS 판매와 운용 양방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동안 먹거리가 돼줬던 ELS가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일부 증권사에서 ELS 운용으로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관성에 젖어 있는 금융회사들이 ELS의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다시 슬금슬금 ELS 발행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통화정책상 금리 사이클은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이지 않고 추세적이다. 이는 ELS의 기초 지수나 가격 변동성도 일시적이지 않고 추세적이며 변동성 그 자체가 금융환경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ELS의 굴레에서 서서히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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