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실용주의', 성역도 예외도 없다 삼성전자 컨트롤타워 수원 이전 제안… 경영효율성 초점 '파격 행보'
정호창 기자공개 2015-10-02 08:40:48
이 기사는 2015년 10월 01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 노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영 효율성과 수익성 향상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룹의 중심축인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이전 카드를 꺼내 들어 그룹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1일 전자업계 및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서울 서초사옥에 자리잡고 있는 경영 지원부서의 대대적인 수원사업장 이전 방안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나 서초사옥에 있는 삼성전자 조직과 부서들을 수원과 우면동 R&D 센터로 이전하고 그 빈자리에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의 본사가 들어서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본점 소재지는 수원시 매탄동에 위치한 수원사업장이다. 하지만 경영 지원부서 대다수가 서울 서초사옥에 위치해 있어 삼성그룹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를 서초사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대내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경영 핵심부서의 이전 검토에 나선 것은 경영 효율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원칙 때문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체 임원회의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울과 수원으로 분리된 조직체계를 한 곳으로 합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내놓은 후 관련 검토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구습이나 세간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실용성에 맞춰져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컨트롤타워의 이전 카드까지 내놓을 지는 미처 생각치 못해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 대부분이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이 부회장은 와병 중인 부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산 및 화학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해 재계를 놀라게 한 게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이후에도 삼성그룹이 보유한 전용기와 헬기 등을 모두 매각하고 그룹 내부의 불필요한 의전이나 격식 문화를 일소하는데 앞장서는 등 재벌 총수답지 않은 행보를 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그룹의 최고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이전안을 내놓은 것을 통해 임직원들이 그의 경영철학과 혁신 의지를 재확인하게 돼 향후 그룹의 변화 속도가 한층 빨라지게 될 것이란 전망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한전 부지 입찰을 통해 이 부회장이 부동산 투자 등에는 관심이 없고 효율성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놓고 있다는 점이 간접적으로 확인됐는데, 이번 삼성생명 사옥 매각 추진을 통해 이 부회장의 의지가 보다 확실히 드러났다"며 "또 삼성전자 컨트롤타워 이전안을 통해 변화와 혁신의 대상에 성역이나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임직원들이 확실히 깨닫게 돼 앞으로 경영혁신 추진에 전보다 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는 말과 함께 신경영을 선언한 것과 유사하게 이재용 부회장은 행동으로 삼성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철학이 삼성그룹을 어떻게 변화·성장시킬지 재계 역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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