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넥슨과 지분거래로 223억 차익 넥슨 일본법인, 62억엔 환차익… 투자성과 IRR 3.6%, IB업계 "기대 이하"
이 기사는 2015년 10월 2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 일본법인이 3년 이상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내부수익률(IRR) 기준 3.6% 수준의 매각차익을 거뒀다. 엔화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 발생으로 손실은 피했으나 인수합병(M&A) 투자성과로는 시장 기대에 한참 못 미친 결과라는 평가다.
반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3년 전 고가에 매각한 주식의 일부를 낮은 가격에 되사면서 220억 원이 넘는 매매차익을 챙겨 이번 딜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20일 금융감독원 및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최대주주인 넥슨 일본법인은 지난 16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보유 중이던 엔씨소프트 주식 14.68%(321만8091주) 전량을 처분했다. 주당 매각가는 18만 3000원으로 결정됐으며 총 매각대금은 5889억 원이다. 같은 날 넥슨코리아도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 8만8806주 전부를 동일한 조건에 매각해 엔씨소프트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넥슨 일본법인은 2012년 6월 해당 지분을 주당 25만 원에 인수하며 총 8045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동안 투자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효과를 전혀 내지 못했고, 올 초 김택진 대표와 경영권 분쟁 사태가 불거지는 등 불협화음만 발생하자 결국 3년 4개월만에 지분 매각을 통해 불편한 동거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국내 증시에서 이뤄진 주식매매 결과로만 보면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 투자로 2156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주당 25만 원에 산 주식을 26.8%나 낮은 18만 3000원에 처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넥슨 일본법인이 실제로 손해를 보진 않았다. 2012년 투자 당시 넥슨이 일본 증시에서 조달한 엔화 자금으로 엔씨소프트 주식을 인수했는데, 그간 엔화 환율이 35% 가량 떨어져 지분매각 손실을 웃도는 환차익이 발생한 덕분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넥슨 일본법인은 2012년 555억 엔을 투자해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입한 뒤 이번에 617억 엔 가량에 매각해 62억 엔 규모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로 환산하면 600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다. 총 투자수익률은 11.2% 정도며,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 3.6% 가량의 투자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매각차익 규모가 적지 않기에 게임업계 일각에선 넥슨의 투자 성과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으나, 투자은행(IB)업계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3년이 넘는 인수합병(M&A) 투자 성과치고는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3년 채권 수익률이 연 평균 5%를 넘는 운용사가 적지 않다는 점과 비교하면 넥슨의 엔씨소프트 투자 성과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투자원금을 다른 곳에 맡겨 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보다도 낮은 성과를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M&A 투자에선 최소 IRR 8%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만 '성공적인 투자'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며 "넥슨이 엔씨소프트 투자를 통해 손실을 입는 최악의 상황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투자'로 볼 수 있어 일본 증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넥슨에 지분을 매각한 후 이번 블록딜에 참여해 일부 지분을 되산 김택진 대표는 최고의 성과를 올린 수혜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에 엔씨소프트 주식 44만 주를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았다.
김 대표는 주당 25만 원에 팔았던 주식을 이번에 18만 3000원에 거둬들이면서 294억 8000만 원의 수익을 거두게 됐다. 과거 지분 매각 당시 22%의 양도세를 납부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얻은 수익은 223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김 대표가 2012년 넥슨으로부터 받은 매각대금을 FX마진거래에 투자해 30% 가량의 수익을 거둔 점까지 고려하면 그가 실제로 얻은 수익 규모는 29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별 재미를 못 본 반면 김택진 대표는 다시 최대주주 지위를 회복하며 경영권 분쟁을 끝낼 수 있게 됐고 상당한 매각 차익까지 덤으로 얻어 2012년부터 이뤄진 지분거래의 최대 승자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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